정부가 가계부채 건정성과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량을 줄이기로 했다. 중도금대출보증은 10월부터 보증범위를 대출금의 90%로 줄이고 보증 건수도 최대 2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개최한 가계부채 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관리방안을 내놨다.
주택공급량 조절은 지난해부터 공급량이 너무 많아 주택수급 불균형 및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도금대출(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점도 고려됐다.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은 22조2000억원 줄었지만 중도금대출은 12조1000억원 늘었다.
◇LH 공공택지 58% 감축…분양용지↓
국토부는 인허가 및 분양단계에서 주택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올해 LH 공동주택용지를 전년 대비 58% 줄이고 내년에 추가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는 지난해(면적 6.9㎢, 12만9000세대)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4.0㎢, 7만5000세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는 차질없이 공급하고 임대주택 용지는 전년보다 늘리되 분양주택 용지는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공급 증가는 미분양 증가, 주택시장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적정수준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도금대출, 최대 2건·90% 보증
10월부터 중도금대출 보증 요건도 강화한다.
현재 중도금대출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맡고 있다. 기관별로 각 2건씩 최대 4건, 대출금 전액을 보증하고 있다.
하지만 10월1일 입주자모집공고부터 대출금액의 90%만 보증하기로 했다. 나머지 10%는 은행이 리스크를 분담함으로써 자율적으로 대출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보증건수도 HUG와 주금공을 합해 총 2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HUG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심사 요건도 강화한다.
현재 보증신청은 사업계획승인 전에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히 공공택지의 경우 사업계획 승인 전에도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택지 매입시기 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보증신청 시점을 사업계획 승인 이후로 조정했다. 내달 1일 보증신청분부터 적용한다.
또 사업부지 중 수용 또는 매도 청구대상 토지가 있을 경우 기존엔 보증신청을 허용했지만 앞으로는 수용·매도가 확정된 뒤에만 보증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분양보증 예비심사도 도입한다. 미분양 관리지역 택지를 매입하기 전 반드시 HUG의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를 받지 않을 경우엔 본심사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담보대용료, 가산보증료 제도 폐지 등 분양보증 요건을 강화하고 미분양 관리지역, 분양가 급등지역 등은 본점 심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내달부터 미분양 관리 지역도 확대한다. 국토부는 올해 2월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해 HUG 분양보증시 본점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미분양 지표 외에도 인허가, 청약경쟁률 등의 지표를 함께 반영해 매월 관리지역을 확대 지정할 방침이다.
이 외에 사업계획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주택정책협의회'를 반기에 1회 이상으로 정례화하고 대상도 수도권 외 광역자치단체까지로 확대, 과도한 인·허가 자제를 유도하기로 했다.
다운계약서 작성, 청약통장 불법거래, 떴다방 등에 대한 집중점검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전매제한 제외-LTV·DTI 유지…"알맹이 빠져"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대책에 분양권 전매 제한과 중도금대출 개인 심사가 빠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계부채 협의체 TF팀장)는 "전매 제한을 하면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이번엔 주택 수요와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공급 부분에 우선 중점을 두고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은 실수요자보다는 투기 목적의 투자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분양가격이 치솟고 청약경쟁이 과열되는 등 이상 현상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중도금 대출규제에 나서고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완화한 채 두기로 했다. 정부는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 LTV는 50~70%에서 70%로, DTI는 50~60%에서 60%로 1년간 완화한 뒤 계속 연장해 왔다.
LTV·DTI 완화로 부동산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이 활성화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해 가계부채 주요 원인이 돼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LTV, DTI 환원 계획은 없다. 주담대 평균 LTV·DTI 수준과 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규제비율을 낮출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다만 향후 부동산시장과 집단대출 증가세 등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경우 집단대출에 대한 단계적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