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연간 쌀 소비량과 고기 소비량이 비슷해져 가고 있고, 쌀을 먹는 양보다 우유의 양이 더 많아졌다. 농업에서 축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있는 것이다.
보통 식량자급이란 용어는 땅을 갈고 씨를 뿌려 가꾸는 '경종농업'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식생활의 패턴이 바뀐다면 이 같은 고정관념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농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쌀을 중심으로 한 곡물류와 김치의 주재료인 5대 채소, 6대 과일의 소비는 연평균 1.5%, 0.3%씩 감소한 반면 육류소비는 2.7%씩 증가했다.
특히 주식인 쌀 소비량이 1995년 106.3㎏에서 2014년 65.1㎏으로 39% 가까이 줄어들 동안 육류는 27.4㎏에서 45.8㎏으로 연평균 2.7% 증가했다. 20년 사이 육류 소비량이 67% 이상 늘어난 것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가 연평균 각각 2.6%, 2.2%, 4.1% 증가했다.
우유와 계란 소비량도 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인당 우유소비량은 72.4㎏으로 1970년 1.6㎏에 비해 45배나 늘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쌀보다 우유를 더 많이 섭취하는 셈이다.
이 같은 식생활 변화는 앞으로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은 쌀과 곡물의 소비감소 추세가 지속돼 2014년 기준 1인당 143.5㎏인 7대 곡물 소비는 2025년 126.6kg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평균 0.9%씩 감소하는 것이다.
육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3대 축산물의 1인당 소비량이 50.3㎏으로 연평균 0.6%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축산업이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축산업(양잠업 포함) 총생산액은 전체 농업생산액 44조9168억원 중 18조8746억원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창출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고용유발효과가 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축산업의 해외 수출길 개척도 활발하다. 특히 해외에서 불고기, 잡채 등의 뒤를 이어 케이푸드(K-FOOD)의 강자로 떠오른 삼계탕의 수출이 기대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삼계탕이 언급된 이후 중국으로의 수출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중국에서 최근 프리미엄 유제품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중국 내 원유 생산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몇 차례에 걸친 분유 파동으로 '믿을 수 있는 제품'은 적다는 인식을 감안하면 국내 낙농업계에도 기회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흰우유의 중국 수출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먹는 축산업'에서 '즐기는 축산업'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축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말 산업'이 그 예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한 '말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말산업은 농업·농촌 6차 산업화에 적합한 축종으로 평가된다.
강병규 농업중앙회 책임연구원은 "말은 식용소비가 주목적인 다른 축종보다 경마, 승마, 레저 등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며 "평균 수명도 25년으로 경제활동 투입 기간이 길어 축산농가의 신 소득원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