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확 꺾였다. 최근 주택거래가 감소한데다,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를 앞두고 증가폭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농협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258조5018억원으로 전월보다 2554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달 마지막 영업일이 지난 29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가액은 3000억원을 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증가액은 지난해 12월(4조7448억원) 증가액에 비해 4조5000억원 가량이나 줄어든 수치다. 10월과 11월에도 증가액이 각각 4조6759억원, 3조3846억원을 기록한 점을 보더라도 1월 감소 추세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2월부터 강화되는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앞두고 막바지 대출을 받기 위한 수요가 지난해 12월까지 계속되다가 올 1월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불안 등도 주택대출 수요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월 주택거래량도 줄어들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9일 기준 일평균 177건으로 전년 동기(220건) 대비 약 20%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둔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분기 국내은행의 가계 주택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16으로 전분기(31)에 비해 절반 가량 꺾였다.
해당 지수는 15개 은행의 여신업무 담당 책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100~100(기준치 0) 사이에 분포하며 지수가 낮을 수록 수요 감소 전망이 많은 것이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상반기의 주택담보대출의 높았던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분양시장의 경우에는 오히려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