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시간을 잡아놓은 경기도미술관 '시간 수집자'展

  • 등록 2015.12.21 16: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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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시간의 결을 살핀다. 시간은 여러 겹으로 쌓이거나, 꽤 커다란 공간을 차지해 순간순간 무엇이 오고 갔는지, 어떤 색이 피고 졌는지를 관찰하는 예술가들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경기도미술관(관장 최은주)이 열고 있는 '시간 수집자'전은 익숙한 시간에 대한 관념을 깨트리게하는 전시다.

경기문화재단의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연례전이기도 한 이 전시는 찰나의 시간마저 놓치지 않는 예술가들의 풍성한 시선을 살펴볼수 있다. 이창훈, 고창선, 박은하, 김준, 전명은, 정희정, 장영원, 이지영 작가가 참여했다.

고창선은 서로 조합을 이루지 않을 듯한 대상들을 한데 놓고 그 앞에 관람자를 마주하게 하여 각자의 시간 속으로 개입하도록 만든다.

시간과 의미의 연결고리를 밧줄로 시각화하여 무수히 웅성이는 이야기를 회화로 풀어내는 박은하의 작품과, 삶의 한 장소였던 공간이 깊숙이 내포하고 있는 소리를 하나하나 채집하여 작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들을 수 없었을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김 준의 사운드 아카이브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전명은 작가는 영화와 방송의 특수 음향 효과를 담당하는 폴리 아티스트의 오브제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면서 각각의 대상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소리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정희정은 같은 공간을 회화와 사진, 애니메이션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로 담아내어 그곳이 진실로 함의하고 있는 풍경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준다.

또한 자연스럽게 서로를 격리시키고 배타적인 구역을 서서히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영원의 작품 또한 대상을 향한 예술가들의 독특한 접근 방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시간들이다. 이지영은 시간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단절시키며 삶의 순간순간의 단면을 마주하게 한다.

황록주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는 현존하지 않는 시간을 드러내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다채롭고 미시적인 일상의 틈을 살피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경기문화재단이 선정한 작가들의 신작 전시를 통해 무심코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날선 긴장을 함께 즐겨보았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2016년 1월 24일까지.

정춘옥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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