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고객개인정보유출 사건의 피해내역이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유출이 발생한 지 한달이 넘은 외국계 은행 고객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의구심을 낳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서는 이번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보다 훨씬 앞선 지난해 12월 11일 13만건에 달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검찰은 대출모집인과 영업점 직원이 한국SC은행에서 10만건, 한국씨티은행에서 3만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바탕으로 12월 17일 두 은행에 5명씩의 검사역을 각각 투입해 특별검사에 나섰다. 은행의 자체 점검 결과 유출된 정보는 건별로 중복되는 사례가 거의 없어 13만명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C와 씨티은행의 경우 유출 건수와 피해자 수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사안이 심각한 만큼 특별 검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발생과 검사 착수 한달이 넘도록 아무런 결과나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은행 고객들은 누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전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일주일여만에 고객확인까지 시작된 카드사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금융권과 고객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와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에 비하면 1000분의 1 수준인 셈"이라며 "1억건이 넘는 정보를 일주일만에 분석까지 가능한데 13만건은 아직도 분석 중이라는 점은 이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SC은행 계좌와 국민카드를 모두 갖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은행의 정보유출은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데도 이미 옛 얘기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라면서 "똑같은 정보유출인데 카드사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은행은 내버려 두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KB국민카드를 전격 방문해 "유출사건이 계속되는 금융사들은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관련된 CEO들은 옷을 벗을 각오를 하라"며 으름장을 놨다.
금감원은 전날 언론에 "적극적인 취재를 당부드린다"면서 홍보에 까지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SC은행과 씨티은행에 대해서는 특별검사 착수외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주 무렵에 두 은행 고객들의 피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데이터 확인 작업이 거의 완료돼 이르면 20일께 개별통보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 해당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조치는 외면한채 이를 은근히 즐기는 듯한 행태까지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번 카드사 정보 유출과는상관이 없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어 논란이 됐다. 씨티은행은 공지문을 통해 "기소된 KCB 직원은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했으므로 고객정보 유출은 원천적으로 없었음을 알려드린다. 고객은 걱정 없이 씨티은행을 계속 이용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