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순쉰·에노모토, 20일까지 한중일 만화와 소설사이…‘그래픽 노블’

  • 등록 2014.01.19 11: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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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가 2월20일까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전을 연다. 한국의 이동기(47), 중국의 순쉰(34), 일본의 에노모토 고이치(37)의 작품 30여점을 소개한다.

이들은 컬러TV가 대중적으로 확산한 1980~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군에 속한다.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비롯한 하위문화는 이들에게 상상 속 세계에서 내면의 자아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화면전환, 유머와 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만화는 풍부한 감수성과 함께 정치적 메시지와 사회적 비판이 혼합된 매력이 넘치는 장르였다.

전시 제목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지칭하는 단어에서 가져왔다. 미국과 유럽의 만화를 통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픽 노블’은 냉전 이후 자본주의가 급속히 팽창하던 시기에 유행한 슈퍼 히어로물에서 벗어나 문학성과 예술성이 강조된 새로운 양식이다. 하위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애니메이션 마니아 집단의 광적인 취미활동이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발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동기는 드라마 속 장면을 평면TV 크기의 아크릴 회화로 재구성한다. ‘아토마우스’는 미국의 미키 마우스와 일본의 아톰을 합성해 만든 캐릭터다. 사회적 기호와 맥락을 암시하는 여러 상황에서 묘사됐다. 이 씨는 아토마우스를 회화적 화풍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구현하거나 색, 선 등과 같은 추상 회화의 언어들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키며 상반된 둘 사이의 관계를 화면 안에 부각해왔다.

최근에는 TV드라마 이미지를 빌려온 회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신작과 기존의 아토마우스 작품들을 함께 걸었다. 이씨는 모든 장면을 만화 형식으로 변화시켜 묘사한다. 이미지가 재현된 구상회화와 이미지가 사라진 추상회화 중간 단계를 표현하고자 한 선택이다. 반복과 통일로 드라마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대중은 그것을 문화로 인식한다는 논리를 회화로 풀어낸다.

순쉰은 1~2세대 중국 작가들이 보여준 냉소적 사실주의나 정치적 팝 성향에서 벗어나 구축된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중국인의 일상적 삶을 다각적 탐색의 틀로 구현해나간다.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는 목판화라는 전통적인 형식으로 생산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보여준다. 나무판을 힘껏 파내야 하는 물리적인 특성으로 문화대혁명 시기에 정치 선전물 제작에 사용된 목판화는 작품 속에서 투박하고 분절된 이미지들이 혼합된 영상과 설치로 나타난다.

작품의 주제는 세계사와 중국의 정치 상황, 자연적 체계질서 등 다양하다. 시간적 배경은 대개 20세기로 표현된다. 현대의 모습과 우둔한 과거의 모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익명의 대중이 등장한다. 상상력이 즉흥적인 연극으로 발화된 것과 같은 느낌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술사,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대중, 전염병균을 옮기는 곤충, 공포에 반응하는 인물들은 중국의 사회와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고찰한다.

에노모토 고이치의 작업은 회화뿐 아니라 비디오, 조각, 그리고 집필의 범위를 넘나든다. 그동안 그의 대표적 이미지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소녀의 모습이었다. 관람자를 응시하는 소녀의 옅은 미소는 현실 세계에 내려온 천사나 구세주와 같은 비현실적 분위기다. 최근 그는 미국 만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업을 선보인다. 기존에 보여준 정리된 세계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전체가 혼돈으로 바뀐 장면을 연출한다. 그가 묘사하는 오늘은 폭력과 잔인함, 부조리가 만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만화적이고, 유머러스한 요소를 더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듯하다.

갤러리 측은 “참여작가 3명은 만화를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남다르게 지속시켜 온 대표적인 작가”라며 “드라마 속 장면을 평면TV 크기의 아크릴 회화로 재구성하는 이동기, 전통적인 목판화 양식으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하는 순쉰, 만화와 추상 회화의 환상적인 혼합을 보여주는 에노모토 고이치는 각기 속한 사회의 현대인 모습과 대중문화를 신선한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연예뉴스팀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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