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인 소설가 신경숙(52)의 표절과 관련, 침묵을 지켜오던 문학평론가 남진우 교수(55·명지대 문예창작학)가 약 5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남씨는 출간 예정인 월간 '현대시학' 11월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며-표절에 대한 명상 1'에서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 그것도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썼다.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에서 세르반테스 소설 '돈키호테' 일부를 똑같이 쓴 가공의 작가 메나르, 토머스 그레이의 시 '시골 교회 묘지에서 쓴 비가'의 일부를 번안해 인용한 시 '불운'을 쓴 샤를 보들레르 등의 예를 들며 펼친 주장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 글을 쓰고 또 읽는다는 것은 이런 상호 텍스트성의 '거대한 그물망'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단언한 그는 "창조의 낙원 속에 이미 모방이, 영향이, 표절이 뱀처럼 들어와 있다"고 했다.
'표절'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양심의 문제,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돼 선악 이원론적 판결이 요구되는 법정으로 직행하곤 한다며 "문학 예술의 창작에서 표절은 종종 텍스트의 전환, 차용, 변용 등의 문제와 결부되어 숙고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을 회피한 '표절 논란'은 대부분 무분별한 여론 재판이나 '잘못의 시인' '선처에 대한 호소' '대중의 망각'으로 이어지는 막간의 소극이라는 것이다.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여론과 미디어의 반응을 에둘러 짚은 셈이다.
남씨는 '현대시학' 12월호에서도 '표절에 대한 명상 2'로 표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남진우는 1997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은 비평글 '오르페우스의 귀환 -무라카미 하루키, 댄디즘과 오컬티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에서 소설가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문장 몇개를 훔쳐 쓴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표절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