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등장한 이래 가장 기온이 낮았던 약 1만8000년 전이다. 중위도 지방까지 덮여있던 빙하가 점차 녹기 시작하면서 낮은 지대는 물에 잠기고, 1만년 무렵 해수면은 점점 높아졌다. 한반도의 해안선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바로, 구석기시대와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든 신석기 시대다.
기후 변화로 식물상은 온대성 활렵수림으로, 동물상도 추운 기후에 적합한 매머드나 털코뿔이 등 대형 포유류는 점차 사라지고 사슴, 멧돼지, 고라니 등 중소형 포유류가 주를 이룬다.
'따뜻함의 선물'은 풍요한 먹거리를 선사했다. 변화된 환경에서 사람들은 생존의 본능을 일깨웠다. 기존의 도구를 개량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술도 개발했다. 신석기시대에는 후빙기의 새로운 자연환경에서 인류가 처음으로 원시농경과 목축에 의한 식량 생산을 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정된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되는 약 1만년 전 무렵 한반도는 오늘날과 비슷한 환경이 갖추어졌다. 남해안과 동해안은 한류와 난류의 영향으로 어족 자원이 풍부해지고, 서해안에는 큰 조수간만 차와 복잡한 해안선의 영향으로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다양한 조개류가 서식하게 되었다.
신석기인의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한 삶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20일 상설 전시실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하는 이번 전시에는 빗살무늬토기, 매머드 아래턱뼈 등 474점이 나온다.
신석기시대의 환경 변화와 당시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전시 입구에서는 따뜻해진 기후로 인해 변화된 동물상과 식물상을 엿볼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구석기시대에 한반도에 살았던 매머드와 동굴곰, 쌍코뿔이, 하이에나의 뼈가 전시됐다. 큰 이빨이 여전히 생생하게 붙어있는 쌍코뿔이는 청원 두로봉 처녀굴에서 출토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는 물소뼈도 볼 수 있다. 물소는 주로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데 창녕 비봉리, 경주 황성동, 진주 목도등 신석기 시대 전기 유적에서 발견됐다. 당시에는 현재보다 기후가 더 따뜻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다.
사냥기술이 발달했음을 보여주는 창과 화살촉도 있다. 구석기시대부터 이루어진 오래된 식량 획득 방법의 하나지만 신석기시대에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돌을 돌로 가는 '마연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국립청주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등에서 올라온 돌화살촉 등은 각각의 기능에 적합한 전문화된 도구를 만드는 단계로 발전했음을 확인해준다. 사냥감이던 사슴과 멧돼지의 뼈도 볼수 있다.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식물 재배, 농경과 관련된 자료도 전시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곡물재배 증거인 조와 기장 흔적이 남은 토기, 도토리를 비롯한 견과류와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기 위한 갈판과 갈돌이 유리관 안에서 21세기 현대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석기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여러 무덤속 유물들도 선보인다. 인간이 정착하면서 가져온 변화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신석기 시대 집단 묘지인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수달이빨을 이용한 발찌도 있어 이 무렵부터 장식품이 발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전시해설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시 내용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기간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도슨트의 전시해설도 있다. 21일부터 격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열린다.
평면적인 전시지만 신석기시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수 있게 입체적으로 전시를 안내한다. 초청강연회와 학술심포지엄도 준비했다. 29일에는 동아시아 고대 문명 발생 연구의 권위자인 리우 리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가 강연한다. 동아시아 신석기 시대의 식물자원 개발을 통한 사회의 변화 양상에 대해 들어볼 수 있다. 전시는 2016년 1월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