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무역이득공유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해 달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당부가 있었는가 하면 국정감사에서도 무역이득공유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무역업계와 농업계의 신경전에 정치 논리까지 더해지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지연되고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란 FTA로 이익을 보는 산업이 이익의 일부를 농어업에 지원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게 되는 제조업에 비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게 되는 농어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수출산업과 농업 모두 협상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일단 한중 FTA를 통해 최근의 수출 부진을 조속히 타개한 뒤 농업에 그 이득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무역이득공유제의 취지는 비교적 이상적이다.
걸림돌은 현실적으로 이득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한·중 FTA를 통해 특정 년도에 이익을 얻었더라도 이 이득을 보기까지 몇 년 동안 투자한 것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가 문제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최근 브리핑에서 "제도의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상적 제도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차관보는 "통상적으로 무역이득이 그 해에 나는 경우는 없는데다 모든 무역기업의 장부를 관리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연구원 등 4개 기관에 용역을 발주한 결과에 따르면 제도는 현실적으로 도입되기가 어려운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제도가 헌법 37조2항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목적정당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이득을 얻어 세금을 내고 있는 무역계에 이중과세를 함으로써 방법의 적정성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 두 산업을 차별적으로 취급해 무역업계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차별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연구 결과의 요지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국감에서 "법으로 공유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기업 중심으로 자발적 기부를 하도록 하면 농업과 산업계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촌 지역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으로서는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카드다. 게다가 지역구 통폐합 문제까지 걸려있어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당초 여당은 반대 입장을 취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해 당 차원, 여의도연구원 차원에서 충분히 연구를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농업인들도 농수산품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23일 개최한 '한중 FTA 대책수립 촉구 및 농어촌지역지키기' 농어촌 총결기대회에서 조세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김진필 한농연 회장은 "한농연이 한중 FTA 대책으로 요구한 사항 중 하나인 무역이득공유제가 왜 도입되지 않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라며 "정부가 생각하는 국익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FTA인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