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 차량이 유럽에서도 판매된 것으로 확인된 데다 미국,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이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디젤차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들은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우리 회사 차량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폭스바겐 문제가 다른 브랜드들에 대한 조사로 확대됨에 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폭스바겐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 다른 브랜드들도 자발적으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 등 주요 국가 정부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브랜드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엄격한 환경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유사한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를 진행중이다. BMW, 다임러,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집중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달린 1.6~2.0ℓ 디젤차량이 유럽에서도 판매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별도의 조사위원회에서 다른 브랜드 차량에 대해서도 무작위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폭스바겐은 물론 자국 브랜드인 르노, 푸조·시트로엥 등에 대해서도 무작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우선 폭스바겐 차종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24일 평택항으로 수입된 폭스바겐 골프·제타·비틀과 아우디 A3 등 4조 차량을 봉인조치했다. 환경부는 3000㎞ 안팎의 '길들이기 주행'을 거친 뒤 10월1일 교통환경연구소로 보내 실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는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EA 189 엔진 장착 차량은 폭스바겐에서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고 독일 정부 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했다"며 "이번에 미국에서 문제가 된 배출가스 저감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관련 차종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디젤 차량까지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수입차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푸조 주가는 7% 이상 빠졌고 BMW와 다임러, 르노는 차례대로 각 5%, 5.8%, 6.5% 하락했다.
일본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요타와 닛산은 지난 24일 각 1.85%와 2.5% 동반 하락하면서 일본 닛케이 지수 하락(2.75%↓)을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