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2라운드 입찰 마감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싸움은 한마디로 '방패'(지키는 기업)와 '창'(뺏으려는 기업)의 경쟁이다.
롯데가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롯데, SK네트웍스(방패)와 신세계, 두산(창)의 수싸움이 본격화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3곳과 부산 1곳의 면세점 운영특허권 신청이 오는 25일로 마감된다.
기존에 10년마다 자동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는 2013년부터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경쟁토록 했다.
재입찰 대상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12월15일)이다. 관세청은 오는 25일 이곳의 특허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이후 계획 발표와 실사 등을 거쳐 10월말께 면세점 운영업체를 발표한다.
면세점 1위 사업자인 롯데 입장에서는 두 개의 면세점 모두 반드시 사수 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면세점 사업에 변수가 생겼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퍼진 것.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에 보낸다'는 국부 유출 논란도 온라인상에서 떠들썩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면세점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특혜 논란'도 적지 않지만 회사 측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만 약 2조5000억원을 올린 초우량 면세점이다. 면세사업부 전체 매출 3조95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롯데로선 이곳을 잃는다면 면세점 사업을 넘어 기업 전체가 큰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 측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6년까지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을 2배 이상 확대키로 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 창원, 청주, 양양 등 지방의 중소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랜드 유치 지원 등 동반성장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을 세계 최고로 성장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며 "35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인프라, 노하우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화시켜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 동대문 케레스타를 후보지로 면세점에 입찰에 나섰다 떨어졌던 SK네트웍스도 기존 사업장 수성에 나선다. 당초 동대문과 현재 운영중인 워커힐점 두 곳에 재도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번 재심사에서는 워커힐면세점 지키기에만 전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도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방어에 나선다. 이미 올해 10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 내부를 새로 단장했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업계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23년간 꾸준히 면세점을 운영해 온 '숨은 강자'다.
롯데와 SK네트웍스의 방패에 맞선 신세계와 두산도 시내 면세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앞서 22일 신세계는 서울과 부산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신청했. 현재 신세계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 시내 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이번에 서울 시내 면세점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면세점 입지로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일부를 내놨다. 신세계 본점은 일제강점기 시절 미쓰코시 백화점으로 출발한 국내 1호 백화점이다. 신세계는 부산 시내 면세점도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6940㎡, 2100평)에서 확장된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8600㎡, 2600평)를 선정했다.
신세계는 85년간의 유통업 경험을 기반으로 면세 사업에 나서면 관광산업 진흥, 고용 창출 등의 측면에서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랫동안 유통업체 손을 뗀 두산그룹도 면세점 사업에 새로 나선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두산의 정한 사업장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다.
두산은 두산타워에 입주한 기존 의류 매장이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돌파구로 면세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타워는 시들하지만, 동대문 전역을 보면 아직 외국인 관광객 인지도가 높고 관광·쇼핑·교통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이 장점이다.
두산은 최근 내부에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이 팀에는 두산과 두산타워 관계자, 외부 자문위원 등이 참여해 동대문 투산타워를 면세점으로 탈바꿈시킬 전략을 짜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동대문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외적인 행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두산 측은 "동대문의 쇼핑 명소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유치할 방침"이라며 "16년간 두타에서 쇼핑몰을 운영해온 두산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