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지만 연내 인상만큼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당장 16~17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금리인상은 사상 최저 수준인 '제로(0) 금리' 상태에서 단행되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파급 효과가 얼마나 될 지 짐작하기가 어려워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 미국이 지난 1990년 이후부터 25년간 금리인상을 단행한 적은 1994년과 1999년, 2004년 등 세차례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은 위기에 휩싸이며 크게 흔들렸다.
가장 최근인 2004년 이뤄진 미 금리인상은 그로부터 4년 뒤 터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004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올린 뒤 0.25%씩 2006년 6월까지 연 5.25%까지 끌어올렸다. 2년간 17차례에 걸친 단계적 인상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대부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2006년부터 주택가격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더니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번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쥐고 있던 리먼 브라더스 등 미국의 대형 투자 은행과 증권사, 금융기관들은 줄줄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이 여파가 신흥국까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커졌다.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다행히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하락과 환율 급등, 자본 유출을 겪어야 했고, 이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서 실물 경제도 타격을 받았다.
1994년 이뤄진 미 금리인상 때도 위기는 발생했다. 미 연준이 1994년 2월 기준금리를 3.0%에서 0.25%p 올린 뒤 6차례에 걸쳐 1년새 6.0%로 상승시키자 멕시코가 먼저 주저앉았다.
멕시코에 유입됐던 미국 유동성은 금리인상 이후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전역뿐만 아니라 1997년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로까지 여파가 계속됐다.
이번 금리인상을 놓고서도 '신흥국 위기론'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간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공통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나타나면서 신흥국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이 나타난 만큼 이번에도 경제가 취약한 신흥국에서 비슷한 양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발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IMF는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국면에 빠뜨릴 우려가 있고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신흥국의 금리, 환율 급등, 주가 급락 등 글로벌 금융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며 인상 시기를 연기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중국 등 주요 신흥경제국들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외화부채비율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이 7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 경제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