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국내 4개 원전이 부지 한 곳에 원자로 여러 개가 밀집된 '다수호기(多數號機) 원전'으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11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안위)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4개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마찬가지로 부지 한 곳에 원자로가 6개씩 가동하는 '다수호기' 원전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내 원자로간 거리는 90~600m로 평균 178m, 총거리는 1070m였다. 국내 원전의 원자로간 거리는 짧게는 70m(신고리 1호기~신고리 2호기)에서 길게는 895m(월성1호~신월성 1호기), 평균거리는 169m(울진)~256m(월성)로 후쿠시마와 유사했다. 원자로 간 총거리도 1015m(울진)에서 1535m(월성)로 유사했다.
반면 원전 인접지역 거주인구는 국내 원전 지역이 후쿠시마에 비해 최고 20배 많았다. 과학전문지 네이쳐가 2011년 4월2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 인근 거주인구는 반경 30㎞ 이내 17만명, 국내는 영광원전을 제외하고는 최소 4.4배(울진)에서 최대 20.1배(고리)였다.
국제적으로 다수호기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위험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 밀집돼 있던 원전 6기 중 제1기가 정지된 데 이어 2호기와 3호기의 핵연료봉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연쇄 사고의 대재앙으로 이어졌다는 게 최 의원의 설명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캐나다는 2014년 '부지 리스크에 대한 규제요건'을 수립했고 이에 따른 평가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인도 등에서도 다수호기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원전시설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50개의 개선대책을 수립, 이행하고 있지만 다수호기 위험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부지경계의 선정기준, 다수호기 건설부지에서의 원전 설계기준, 부지환경 평가기준 등을 만족할 경우 별도로 다수호기 동시 중대사고 발생에 대한 안정성 평가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원안위는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국에 걸맞게 다수호기 위험성 평가방법론을 개발하고 부지 내 원자로 수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