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아시아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데이비드 L. 애셔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조찬강연회를 통해 "중국이 하루 아침에 위안화 가치를 20~25% 이상 떨어뜨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은 7%대지만, 신뢰할 수 없다"며 "원자재 사용량, 전력 가동량 등을 감안했을 때 낙관적으로 봐도 실제 경제성장률은 3%대 정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셔 위원은 "중국은 경제 위기 상황이지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수단이 통화 절화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도 달러화 수입이 더 커지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25% 정도 평가절하되면 교역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엔화 대비, 원화 대비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예전만하지 않다"며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애셔 위원은 오히려 "중국 정부가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중국의 외환위기로 이어져, 아시아 전체 지역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 위기는 사실상 안보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애셔 위원은 "중국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국경 분쟁 지역인 남사군도(남중국해) 지역에 활주로를 건립한 것도 중일전쟁 이전으로 동아시아 패권을 되돌리겠다는 중국의 메시지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1세계대전 발발 경과에서 보듯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철 등 남는 원자재들을 소진하기 위해 비대칭적인 군비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애셔 위원은 북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금, 석탄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인데, 최근 셰일 혁명으로 석탄시장이 붕괴하고 금값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체제 붕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수입원이 없으면 이 같은 안보 위기 상황에 가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애셔 위원은 "중국의 경제 위기 상황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체제 개혁이 필요하고, 동남아시아·호주 등의 국가들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 서밋(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며 "중국의 자본수지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중국이 좀 더 개방된 국가로 갈 수 있도록 각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