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판매량 원점으로…인상 수혜자는 누구?

  • 등록 2015.09.09 10:15:52
  • 댓글 0
크게보기

담배 회사 주가 상승…국민연금 평가익 1026억원

지난 1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전국 각지의 보건소는 금연클리닉 신청자로 북적였다.

하지만 인상 직후 하루에 수십 명이던 금연클리닉 방문자는 눈에 띄게 줄어 최근에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한 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1월에는 하루에 60명에서 70명이 금연클리닉 신청을 위해 보건소를 방문했다"며 "요즘엔 신규등록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 8명에서 10명 정도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통상 금연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연초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는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금연클리닉을 신청하신 분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재등록하는 경우도 있다"며 "올해 1월에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신청자가 2~3배 늘었지만, 8월이나 9월을 보면 작년의 0.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초 반짝했다가 하반기 들어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일(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 담배 협회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담배 판매량은 3억5000만 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 3년 동안 월평균 판매량인 3억6200만갑을 거의 회복한 수준이다.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직후인 지난 1월 1억7000만갑으로 전월 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다.

그러나 3월과 4월 2억4000만갑, 2억9000만갑으로 늘고 6월에는 3억1000만갑에 이르는 등 회복세를 이어왔다.

앞서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 소비량이 3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거의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유통업체에서 재직 중인 이모(29)씨는 "담뱃값이 오르면서 연초엔 담배를 잠깐 끊었었지만 지금은 다시 피운다"며 "처음엔 4500원, 4700원씩 하는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적응돼 그냥 산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를 가격이 오르기 전과 비슷한 정도인 이틀에 한 갑꼴로 구입하고 있다.

이씨는 "다른 곳에 나가는 돈은 그대로인데 담배만 가격이 올라 모아보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긴 하다"며 "그래도 커피 값보다는 싸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 수요가 회복되고 판매량도 늘면서 관련 업계의 실적과 주가는 동반 성장했다. 

담배 제조업체인 KT&G 주가는 지난 1월2일 종가 기준 7만8200원에서 지난 8월21일 11만4000원까지 올랐다.

최근 한국 증시가 조정을 겪고 있지만 KT&G 주식은 1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8일 KT&G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6% 하락한 10만5500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담배 수요 회복에 따라 KT&G의 실적과 주가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홍세종 연구원은 "담배 수요 감소세가 빠르게 완화하며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담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 수준으로 1월 담뱃값 인상을 통한 평균 판매 가격 증가분이 판매량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유화증권 김효기 연구원도 "연초에 금연 열풍 등 사회적 분위기로 (담배) 수요가 감소했다가 점차 금연효과가 완화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며 "내수 담배가 세금 인상 등의 가격 규제와 금연 운동 확산 등으로 매년 소폭 감소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소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KT&G가 공시한 상반기 제조담배 수익은 1조33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838억원보다 12.81%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3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양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6년에는 올해 수요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발생해 수량 기준으로 많게는 6% 넘는 성장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진투자증권 오소민 연구원은 "국내 담배사업부는 하반기에도 판매량 회복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고가 담배 비중 확대에 따른 평균 판매 가격 상승도 판매량 회복과 함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 판매량 회복은 유통업체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올해 실적 향상의 일등 공신으로 담배 매출 증가를 꼽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BGF리테일이 공시한 연결 기준 지난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9941억원, 936억599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96%, 88.14% 증가했다.

BGF리테일 주가도 종가 기준 올 초 7만4400원에서 8일 17만2000원으로 131.18% 뛰었다.

동부증권 차재헌 연구원은 "담배 매출 증가 등으로 사업 실패 가능성이 작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상반기 (편의점) 가맹 상담 건수가 늘었다"며 "담배 매출 비중은 하반기에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효 연구원도 "점당 매출액 증가는 담배 가격 인상 효과 덕분"이라며 "담뱃값 인상 6개월간 성인 남성 흡연율은 약 6% 하락했지만 담배 가격은 100% 인상되면서 상반기 담배 상품 비중은 41.7%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담배 수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국민연금공단과 정부 또한 각각 주식을 통한 평가 이익, 세수 증대를 통해 담뱃값 인상의 효과를 봤다.

지난 7월8일 국민연금은 KT&G 지분 1.02%를 추가 매입해 4월24일 기준 지분율이 7.05%라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4월24일부터 전일까지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을 때 KT&G 주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평가 이익은 종가 기준 1026억6503만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이후 걷힌 세금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조2100억원 증가했다.

윤 의원은 이날 담배 판매량 감소치가 전망을 밑돌아 세수 증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담배를 통한 세입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대해 증세가 아닌 건강증진 목적이라고 했지만 결국 대부분 서민층인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고 정부는 세수 확보라는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Copyright @2024 Fdaily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 (138-733) 서울 송파구 신천동 11-9 한신오피스텔 1017 |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서울,가00345, 2010.10.11 | 창간 발행인 강신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지원 Copyright ⓒ 2025 FDAILY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fdaily.co.kr for more information
파이낸셜데일리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