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계 오달수’ 스마트폰 안 부러운 보조 배터리 전성시대

  • 등록 2015.09.05 12: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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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단역으로 시작해도 꾹 참고 때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연기하면 감독이나 제작자의 주목을 받게 되고, 이를 발판으로 조연급으로 성장한다. 그런 뒤 더 열심히 하면 대중의 사랑까지 꿰차면서 급기야 주연 부럽지 않은 조연으로 자리매김한다.

‘암살’(감독 최동훈), ‘베테랑’(감독 류승완) 등 올여름 1000만 관객을 기록한 한국 영화 두 편을 화려하게 장식한 ‘1억 배우’ 오달수(47)가 그 대표적인 배우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도 단역에서 일약 주조연으로 올라선 ‘오달수’가 있다. 바로 ‘모바일 디바이스 보조 배터리’, 쉽게 말해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다.

◇주연은 스마트폰, 하지만 주연 안 부러운 주조연

지난달 20~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IT 액세서리 주변기기전(KITAS)’의 대세는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였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米)’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가 각양각색 보조 배터리 제품을 전시하고, 일부는 제품을 특가 판매했다.

지난달 21일 현장을 둘러보니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 두 개 이상을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도록 USB 단자 2개를 갖춘 제품, 보조 배터리 자체에 충전 케이블 두 종류를 갖춰 필요 시 아이폰부터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까지 바로 연결할 수 있게 한 제품 등 다양한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가 출품됐다.

또 할리우드 SF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가 사용하는 방패, 앙증맞은 고양이 등 자유롭게 디자인에 제약이 없다는 장점을 살린 다양한 모양의 제품들, 손전등·거치대·블루투스 스피커 등 갖가지 기능을 보조 배터리와 합체한 제품들이 등장했고, 5000㎃h급 보조 배터리 여러 개를 합체해 용량을 자유자재로 늘릴 뿐만 아니라 태양광 충전까지 가능하게 한 제품도 나왔다.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가 선풍기, LED 라이트 등 배터리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서’를 동반한 것도 특이했다.

행사를 주관한 신한전람 이형준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지난해 7월 행사에서는 보조 배터리 제품을 내놓은 업체가 5~6개사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16개 업체에 달할 정도로 업체들의 호응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단역에서 주조연까지

사실 핸드폰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핸드폰을 사면 당연히 딸려오는 것이 배터리였다. 두 개가 나오므로 하나를 핸드폰에 탑재해 다니고, 다른 하나를 완충해 휴대하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갈아 끼웠다.

그런데 KT가 ‘아이폰3’를 국내 출시하며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킨 2009년 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폰이 배터리를 달랑 하나, 그것도 내장한 채 한국 땅을 밟은 것.

전화를 많이 걸거나 당시 아이폰을 통해 마침내 그 문이 열린 첨단 기능인 무선 인터넷 사용, 셀카 촬영 등으로 내장 배터리를 소진하는 일이 많아진 사람들이 달라진 배터리 환경 탓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상당수 아이폰 유저가 자구책으로 충전기를 들고 다녀야 했다.

이에 주목한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 삼성은 선두업체 아이폰에 맞서는 갤럭시 시리즈의 장점으로 ‘스페어 배터리 지급’을 내세워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폰을 고수하는 많은 유저와 갤럭시 시리즈 중에서도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한 탭 유저들의 필요에 발맞춰 보조 배터리가 첫선을 보였고, 핸드폰 외에 태블릿을 하나 더 휴대하는 사람들까지 고객으로 가세하면서 그 시장은 점점 확장했다.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는 어떻게 시장을 씹어먹었나

보조 배터리가 결정적으로 확산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이 ‘갤럭시 노트 4’를 내놓고,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수입된 것.

그해 7월 나온 갤럭시 노트 4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교체형이긴 했으나 같은 해 3월 출시된 ‘갤럭시 S5’와 달리 배터리 한 개와 충전 케이블만 줬다. 스페어 배터리와 충전 케이스도를 안 줬다.

즉 본체에 직접 충전하고, 원한다면 정품 스페어 배터리와 충전 거치대를 별도로 사라는 얘기였다. 문제는 배터리 키트 가격이 무려 6만5000원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때 구세주처럼 찾아온 브랜드가 샤오미다. ‘아이폰 짝퉁’ 핸드폰으로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한 이 업체는 스마트폰보다 먼저 저렴한 가격의 고용량 보조 배터리로 한국 시장에 출현했다.

그러자 한껏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은 값은 비싸지만 용량이 작은 노트4 배터리(3220㎃h) 추가 구매하는 대신 훨씬 싸고 용량이 큰 10000㎃h급(3만원대) 샤오미 보조 배터리 구매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존 보조 배터리 판매 업체들도 용량을 높인 신제품을 가격을 낮춰 쏟아내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수요가 있으면 (제품) 공급이 늘고, 공급이 많아지면 스스로 경쟁하게 돼 가격은 낮아지고 종류는 다양해지며 질은 더욱 향상된다. 그러면 수요 역시 늘어나고, 한껏 커진 시장을 노리고 공급도 확대된다”는 당연한 경제 원리는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스마트폰 고사양화, 이동통신사들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등에 힘입어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유저가 늘어났다. 블루투스 헤드폰을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쓰거나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스마트폰 배터리 전력 사용량이 계속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덕분에 보조 배터리 소지 열풍이 불게 됐다.

급기야 삼성이 올 3월 ‘갤럭시 S6’를 아이폰처럼 배터리 내장형으로 선보이고, 8월 ‘갤럭시 노트 5’마저 같은 형태로 내놓으면서 보조 배터리를 구매하는 것은 이제 필수 코스가 돼버렸다.

실제 온라인쇼핑업체 쿠팡(www.coupang.com)에 따르면, 올 7월까지의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판매량 증가율은 약 480%에 달했다. 특히 6월과 7월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40%, 860%나 늘어났다.

제품도 과거에는 투박한 형태의 대용량 보조 배터리가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기술 발전으로 대용량이라도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보조 배터리가 등장해 많이 팔린다. 또한 배터리 충전 역할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작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스마트폰 액세서리로 역할을 확대했다.

쿠팡 관계자는 “최근 보조 배터리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 연령대가 매우 다양해지고, 성별에 따른 구매량 차이가 없어지는 등 가히 보조 배터리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면서 “샤오미 같은 대표적인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디자인, 가격 경쟁력, 품질 등을 고루 갖춘 국내 중소기업 제품 브랜드도 급성장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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