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악재때마다 꺾이는 소비…"여가문화 키우고, 노후불안 덜어줘야"

  • 등록 2015.08.26 09: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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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월호, 올해 메르스, 회복될만하면 악재 닥쳐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내수활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악종 돌발악재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제2기 경제팀으로 등판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일성은 내수활성화였다.

수출일변도의 정책이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는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내세웠다. 

또한 부동산규제 해제를 통해 주택시장을 회복시켜 돈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정부가 소위 '41조원+알파'의 대대적인 투자계획과 함께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국제유가까지 하락하면서 내수진작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국경제는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연초에는 저(低)성장에 저(低)물가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에도 시달렸다. 

특히 회복될만 하면 닥치는 돌발악재가 우리 경제를 옥죘다. 지난해 세월호가 발목을 잡았다면 올해의 악령은 메르스다.

지난 1분기를 넘어서면서 자산시장이 먼저 풀렸다.

지난 4월 코스피지수는 5개월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같은기간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5만1345호로 전년동월대비 20.2%,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5만5358호로 42.8%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들어갔던 돈들이 실물경기로 옮길 차례였다.

그러나 메르스가 가로막았다. 

KDI가 지난 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5월 소매판매액은 전년동월에 비해 3.3% 늘었다. 그런데 메르스 여파가 지표에 반영된 6월 지수는 0.8% 증가에 그쳤다.

소매판매액과 연관이 깊은 서비스업생산증가율도 5월 3.3%에서 6월에는 0.7%로 5배가량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평균 소비성향은 71.6%로 전년동기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3년이후 최저치다. 

또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9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고, 3분기 연속 증가폭이 0%대에 머물렀다. 

게다가 메르스 악재는 시작에 불과했다. 정부가 그동안 걱정했던 대내외 악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다행히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중국의 주식시장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등 차이나 리스크가 불안감을 부추겼다. 

지난 20일에는 비무장지대의 발목지뢰 사건과 대북 확성기 사건으로 촉발된 북한군의 도발이 한반도를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북한당국이 22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등 서둘러 봉합에 나서 경제적 피해가 발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리스크가 그동안 꾸준히 우리 경제의 돌발악재가 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9월에는 미국의 금리인상도 유력하다. 차이나리스크로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입장이 복잡해졌지만 단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서 우려되는 부분이 1130조원에 달하는 우리의 가계부채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신흥국의 자금이탈은 우리의 견고한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일시적 피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돈을 빌려 집을 산 서민들에는 직접적인 타결이 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소비여력도 없어질게 뻔하다. 

실제 미국 FOMC가 지난 2013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선언하자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SI)는 12월 '107'로 전기보다 '0.6' 줄어든 바 있다. 

또한 2분기 가계의 월세 등 주거비 지출이 전년 동기대비 21.8%나 늘면서 서민들이 지갑을 닫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수출부진 내수진작이 돌파구 

내수진작, 즉 소비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은 그동안 우리경제를 뒷받침하던 수출이 죽을 쑤고 있어서다. 

수출부진과 대내외 악재가 겹칠 경우 경기회복은 요원하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올들어 수출은 원·달러 환율 약세와 유가하락으로 제값을 못받으면서 수출업체들에게 큰 고민이 됐다. 

물론 무역수지면에선 흑자행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2011년 12월 달성했던 무역거래 1조달러가 4년만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올 1~7월 수출액은 3153억1000만달러(전년비 -4.9%), 수입액은 2612억달러(-15.5%)로 무역교역액은 576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북한포격 등 대내외 불안요소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산출하기 위해 정부가 8월1일부터 20일까지의 무역액을 추산한 결과에서는 수출 226억5000만달러(전년比 -11.7%), 수입 230억3000만달러(-16.5%)로 잠정 집계됐지만 북의 도발이 무역액을 감소시킨 주원인은 아니라는 정부의 분석이다. 

또한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지난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5원으로 3년11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 수출업체들의 숨통을 틔웠지만 엔저와 저위안화의 틈바구니속에서 수출 불확실성은 높아지게 됐다. 

하지만 수출이 안된다고 소비를 늘리려해도 마땅한 방법을 찾기 힘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가문화 등 우리나라에는 소비를 할만한 부분이 인프라 부족이나 규제 등에 막혀 있다"며 "내수가 자생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자 원포인트 소비진작책을 활용하기도 했다. ▲온누리상품권 한시적으로 10% 할인 판매 ▲공무원·공공기관 복지포인트 조기사용 ▲공공부문 종사자 1회이상 외부식당 이용 ▲공공부문 소모성경비 조기집행 ▲수학여행 재개 등이 그것들이다.

지난 6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도 소비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 확대 ▲박물관·박람회·공연장 입장권 등 문화접대비 손금인정 범위 일반접대비 한도보다 10%포인트 높게 책정 등이 주 내용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대용량 가전제품과 녹용·로열젤리 등의 개별소비세 폐지 ▲창작연극·미술관·박물관·과학관 등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것도 내수진작책의 일환이다. 

문제는 이들도 단기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의 관심도 끌고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방문위원회의 공동 주관으로 오는 10월까지 계속되는 '코리아그랜드 세일(Korea Grand Sale)' 같은 행사는 메르스로 위축된 국내 관광시장을 회복시키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번 행사에는 항공사, 호텔, 백화점 등 250여업체와 3만업소가 참여한다. 

중국과 한국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특별할인전 '싱싱코리아'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9일부터 3일간 열린 싱싱코리아는 국내 17개 온라인 쇼핑몰이 참여해 중국소비자들에게 최대 50% 싼 가격에 한국산 정품을 판매했고 롯데닷컴, 11번가 등 4개 쇼핑몰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인행사를 펼쳐 주머니를 두둑히 채웠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코리아그랜드세일과 싱싱코리아가 위축된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국민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소비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이후 10년간 소비성향이 하락하다가 2000년대 개호보험 도입 등 고령층의 노후불안이 완화되면서 소비성향이 다시 상승했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서비스 육성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소비성향을 제고하는 가장 근본적 대책"이라며 "여가관광, 헬스케어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는 부문은 규제완화, 세제 지원 등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확대 기반 구축을 위해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늘리고 단기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해 노후불안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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