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지금처럼 개성공단의 운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4일간 마라톤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지난 21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동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단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는 실제로 지난 21일부터 입주기업 직접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경을 제한했다.
지난 2013년 남북관계 악화로 북한이 근로자를 일방 철수시키면서 134일간 공단이 폐쇄된 적도 있다. 당시 공단 폐쇄로 입주기업들은 납품 지연, 수주 불발 등으로 큰 타격을 입았다. 원·부자재를 포함한 모든 생산제품을 공단 현지에서 보관하고 있어 공단 폐쇄로 반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협상으로 기업들에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개성공단 기업들은 남북관계에 따라 사업 굴곡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정 회장은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너무나도 어렵다. 북측이 공단 인력을 많이 철수시켰기 때문에 입주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모든 것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도 "마음고생 많이 했는데 안도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봉쇄됐던 2013년 사태가 다시 재현돼서는 안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부회장은 앞으로 "근로자 임금 문제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남북 간의 제도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제도 강화 등도 필요한 조치로 꼽혔다. 남북은 9개월간의 기싸움 끝에 개성공단 근로자 최저임금을 5% 인상했다.
이종덕 개성공단상회 부이사장은 "신용과 상품 공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했다"며 "남북 당국이 2013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한 만큼 정치·군사적 문제로 개성공단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디자인력과 제품 제조 능력이 있는 업체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현재 12개 업체들이 생산한 신사정장과 셔츠, 여성 의류, 청바지, 아웃도어 의류, 니트류 등 다양한 패션상품들과 속옷, 양말, 장갑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옥성석 개성공단 기업협회 부회장도 "한숨도 못 잤다. 타결이 안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2013년에 남북 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 6개월 차단된 적 있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어떻게 되나 노심초사했다"며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00% 이행은 어려울 수 있지만 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위반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화인레나운 대표인 박윤규씨는 "남북 관계는 당분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타결 의지가 없었으면 진작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것이다. 남한과 좋게 타결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