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堅持 黨的基本路線 一百年 不動搖(견지 당적기본노선 일백년 부동요)'
중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덩사오핑(鄧小平)이 1992년 개혁개방을 외치면서 강조했던 얘기다. 100년 동안 흔들리지 말고 경제발전에만 힘쓰라는 것.
100동안 경제발전에 매진하라는 덩샤오핑의 주문대로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최근 성장률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넘어 1인당 국민소득 1 달러 안팎에서 갇히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선진국에 들어서지 못하고 장기간 중진국에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 中 중진국 함정 벗어나기 위해 안감힘
중국은 지난 11일부터 사흘 연속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극약처방에 나섰지만 증시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위안화 평가절하 직후인 지난 13일 3930선에서 현재 3560선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중진국 함정 돌파 여부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투자의존형 성장의 지속가능 여부와 소비주도형 경제발전 방식으로의 전환, 첨단산업으로의 구조조정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자본투입 등 요소 투입 위주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중국의 경우 그동안 민간투자와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경제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타파하고자 중국은 소비 주도형 경제발전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즉 수출과 투자 중심이 아닌 내수 진작을 통한 소비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소비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는 데 핵심이 바로 농촌의 도시화 전략이다. 농민을 도시로 끌어들여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세력으로 키워 내수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도시화율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소비증가율은 1.6%포인트씩 늘어나며, 이를 소비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160~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현재 55%수준인 도시화율을 2020년까지 6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임금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기업경쟁력 약화, 지방정부의 재정여력 취약에 따른 부담능력 한계 등으로 소비율 제고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SK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중국이 지금과 같이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값싼 임금 덕이었지만 가파른 임금상승으로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성장동력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며 "값싼 임금 노동력을 시장에 공급할 수 없다면 중국의 상황이 바뀔 수 없다. 도농간 임금격차와 가파른 임금상승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증시 띄우기에 혈안이 된 것도 내수 진작을 위한 것이다. 중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80%로 개인투자자들의 자산이 불어나는 것은 결국 중국 내수 소비를 키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증시를 살려야 국민의 대체 수입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생각이다.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전환이 가능한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또다른 노력은 첨단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이다.
중국의 현 상황은 생산요소가격 상승으로 노동집약산업의 비교우위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선진국과의 기술혁신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성장동력을 잃고 성장률이 추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대체에너지, 첨단장비제조, 신소재 등 7대 신흥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현재 3% 내외인 이들 산업의 GDP 비중을 2020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국 자국 내에서도 '제조대국'이지만 '제조강국'은 아니라는 자성이 팽배한 만큼 제조업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IT분야도 마찬가지다. '알리바바' 사례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기술 혁신을 통해서라기 보다 거대한 중국 인구가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올해 초 '세계의 공장'이란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했다.
기술과 품질 측면에서 한국을 넘어서고, 2025년까지 제조업 수준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힘이 중국 경제 경착륙을 피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 내부서도 논쟁가열 "중진국 함정 빠질 확률 50%"
최근 중국 내부에서도 '중진국의 함정'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지난 5월 중국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이 한 강연에서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5%대로 미끄러지면서 중진국 함정에 걸려들 가능성이 50%"라고 말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걸려들지 않고 6.5~7%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이루려면 도시노동력 공급 확대를 위해 광범위하고 필사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억의 값싼 노동력이 고령화되면서 중국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선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란 다소 부정적 시각이 많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중국팀장은 "정부주도의 투자가 경기를 뒷받침하지만, 민간부문의 활성화 미흡으로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향후 2~3년내에 5%까지 둔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