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독립성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인하'할 것을 종용해서다.
오는 9일 열리는 새해 첫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아무리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확고해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한은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공허한 외침에 끝날 수 있다"면서 "지금 미국과 일본은 제로금리 수준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기준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국이 기준금리를 0.5%로 낮춰서 지금 학자들이 '브리튼의 역습'이라고 지칭할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마이너스 3.4%였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5% 수준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섰고, 민생과 직결되는 중소기업대출을 더하면 3000조원에 달한다. 대출금리를 낮추면 가장 많은 국민이 빠른 속도로 수혜받을 수 있다"면서 "원화 강세 기조도 완화할 수 있어 내수 회복을 위해서도 (금리 인하는)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책금리가 내리면 빚을 진 가계·기업의 금융 부담을 줄어 소비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달러를 들여올 메리트를 없애 낮아지는 환율도 붙잡을 수 있단 논리다.
하지만 이는 중앙은행인 한은의 고유권한인 금리 결정에 외압을 가한 셈이나 진배없다.
집권 여당의 압박성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압박 강도는 높아지는 모양새여서 한은의 독립성 훼손 논란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5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 직전,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금융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수차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을 쏟아냈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와의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져야 한다"면서 "어느 때보다 한은의 소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다른 연구소 관계자는 "선제적인 대응 능력을 보여줄 때 한은의 독립성도 합리화 될 수 있다"면서 "여당의 금리 인하 압력이 부적절하듯, 한은이 나홀로 행보를 고집하는 것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그동안 한은의 (잘못된 경기) 진단 때문에 사회적인 비용이 많이 지불됐다"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독립성 못지않게 쌍방 소통에 힘써야 할 시점인 거 같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오는 9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현 수준(연 2.50%)에서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