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족쇄' 배임죄 손질해야"

  • 등록 2015.08.18 16: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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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의 경영 판단에 따른 투자 실패에 대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형법상 배임죄를 손질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오락가락 배임죄 적용,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배임죄 개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배임죄의 본질을 '개인 간의 배신'이라고 규정하면서 민사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적용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과 회사법에 배임죄를 두지 않는 미국을 예로 들며 "배임 행위를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입법례는 외국에서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의도적 배임 행위 대부분은 피해자를 기망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는 배임죄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사기나 횡령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주최자로 참석한 정갑윤 국회부의장 역시 "경제 살리기를 위해선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함에도 (현행 배임죄가) 족쇄를 채운다"며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려면 기업인들이 활발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임죄의 성립 요건이 모호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교수는 "현행법에 따르면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 뿐만 아니라 그러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며 "재판 판결이 나와 봐야 유무죄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무죄 판결율은 17%로 다른 범죄보다 3~5배 높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배임죄의 구성 요건을 '실제로 손해를 가했을 때'로 보다 좁게 규정해야 한다"며 "법률 개정과 함께 엄정한 법 적용과 엄격한 법 해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 교수는 "배임죄의 처벌 근거는 배임 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라며 "재산 손실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져 배임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행 배임죄는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가리지 않는다"며 "형법상 배임죄를 규정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배임죄의 성립 요건에 목적범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원기 법무부 검찰국 형사법제과 검사는 "형법상 배임죄가 존재하는 독일의 경우에도 배임죄를 목적범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일본도 고의성 외에 목적 자체를 더 따지고 있지 않다"며 "만약 성립 요건을 목적범으로 정한다고 해도 실제로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고 반박했다.

배임죄의 무죄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법원 판결 과정에서) 기업 경영의 특성을 고려해 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영자가 단순히 손해를 발생시키고 과실이 있다고 해서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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