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 "마음이 약해져 도처가 울음바다죠"

  • 등록 2015.08.06 14: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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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서 같은 역

"17년 전 했던 역을 그대로 맡게 돼 감회가 새롭죠. TV드라마나 영화였으면 못했을 거예요. 무대니까 약 20년 전 역을 그대로 할 수 있는 거죠."

17년 만에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에서 아들 '진호'를 다시 연기하는 배우 이덕화(63)는 6일 오전 종로구 그랑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감격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998년 초연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24회 공연하며 전석·전회가 매진돼 9만명을 끌어모았던 작품이다. 이후 '여자의 일생' '모정의 세월' '두엄마' '봄날은 간다' 등 악극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이덕화는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평생 자신만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저버리고 출세를 위해 살아가는 아들 진호 역을 맡았다. 

진호는 자식의 행복만을 바라며 사는 어머니를 오랫동안 외면하다 뒤늦게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후회한다. 

"'불효자는 웁니다'에 출연하기 전 (개인적으로) 어려웠을 때였어요. 그래서 쉬고 있었죠. 고통 받을 그 때 마침 제안이 들어왔는데 잘 돼서 이후 6년 동안 계속 악극을 하게 됐죠. 재미있는 장르 중 하나에요. 좋은 무대 장르를 개발한 거죠."

모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도 작품의 매력이라 여겼다. "17년 전 이 작품을 할 때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였죠.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이후 고아가 돼 이번에는 하게 됐어요. 그러니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도처가 울음바다에요"라고 웃었다. 

"감정에 치우치면 대사 전달이 안 될 것 같아요. 그 감정선을 조정하는 것이 이번 무대의 과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연 때는 40대 중반이었던 터라 지금과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죠. 제게 장성한 자식도 생겼고. 감정에 치우치다가 제대로 못할까봐 걱정이에요."

배우 김영옥(78)이 어머니 최분이 역을 맡는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한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선보인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역이다.

그녀는 '불효자가 웁니다'가 "제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들 역의 이덕화가 "왜 그러세요 어머니"라고 하자 "TV에서야 대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지만 종합예술인 무대는 생(生)으로 보여드려야 하는 거라서 하는 이야기예요"라고 웃었다. "향수를 못 잊어 무대에 올랐는데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덕화가 극 중에서 연기하는 가장 어릴 때 모습은 대학교 입학 장면이다. "우리 애가 서른이 넘었는데 연극이니 가능할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무대는 항상 출연하고 싶었지만 항상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덕화가 무대로 돌아오는 건 2002년 악극 '모정의 세월' 이후 13년 만이다. "무대에는 항상 출연하고 싶지만 실천하는 게 어렵죠. 시간도 잘 맞아야 하고, 연습도 많이 해야하고요."

이덕화는 무엇보다 진지한 연극과 화려한 뮤지컬 사이에 놓인 악극의 미덕을 찬양했다. 

"내용은 비교적 단출하죠. 훌륭한 뮤지컬이나 진지한 연극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간단한 시스템에 대해 섭섭해하실 수 있지만 한국 정서를 이보다 더 표현하는 장르는 없는 것 같아요."

이번 무대는 새로운 악극이라고 했다. 그는 "신파고 악극이지만 장면마다 음악의 질을 세련되게 하니 악극 냄새만 나지 않아요. 악극의 형식을 갖출 뿐이지 연출이나 연기는 현대극과 같죠. 옛날과 똑같이 하면 관객분들이 보지 않겠죠. 요즘 연극에 견줘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철 프로듀서는 "현재 공연 시장이 해외 라이선스 위주로 바뀌었는데 우리의 사랑을 다루는 '가슴 절절한' 공연이 아쉬웠다"며 "경제 성장의 주역 분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됐는데 악극이 그 분들이 보실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 작품의 초연 멤버인 박준규도 같은 배역인 '박강태'를 맡아 돌아온다. 오정해가 진호에게 버림받는 '옥자'를 연기한다. 개그맨 겸 MC 이홍렬이 변사 역으로 합류한다. 15~27일 장충체육관 특설무대. 아트앤스토리·PS엔터테인먼트. 1577-3363 


정춘옥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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