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실인가, 한통속인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2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책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관련, 산은이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대우조선 회계를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년 이상 산은 부행장 출신들이 맡아왔기 때문에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아무리 매출액이 크더라도 회계전문가인 CFO가 모르는 2조원대의 부실을 묵인 없이 숨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영업통인 고재호 전 사장이 회사를 지휘한 이래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재무제표를 뜯어 보면 수상한 점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대우조선해양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2012년 1759억원 ▲2013년 2419억원 ▲2014년 330억원 등이다.
영업이익 역시 ▲2012년 4863억원 ▲2013년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항상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2012년 9961억원 ▲2013년 1조1979억원 ▲2014년 5602억원 등이다.
이자발생부채 역시 ▲2012년 5조4420억원 ▲6조8704억원 ▲2013년 7조6490억원 등으로 흑자 회사로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CFO는 산은 출신의 김갑중 부사장이었다. 김 부사장은 2012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산은은 묵인하거나 감춘 것이 아니고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1999년 대우사태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떠안게 되면서 현재 3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하지만 산은은 회사를 소유한 것뿐이지 경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우조선해양에 조선과 회계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관리위원회를 파견하고 있지만 전혀 경영에 직접 간섭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CFO파견 역시 자금 관리를 위해 파견한 것일 뿐이며 혼자 외부인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산은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상황은 심각하다. 한은이 묵과할 수 없는 관리부실 문제를 안고 있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폐해는 측정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우수한 능력을 갖춘 회사로 판단한 것에 그치지 않고 STX프랑스 인수를 의뢰하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는 "철저하게 경영과 소유를 분리해 회사를 관리해 왔다"며 "이상 거래에 대해 수차례 의견을 대우조선해양에 보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해명했다. 국책은행으로서 무책임하고
공허한 답변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 당국이 사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