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통과를 위해 국내외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사장단은 특히 오는 17일 열리는 합병 임시 주주총회가 '알박기' 투기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첫 싸움으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15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큰 차이로 이겨 투기자본이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엘리엇은 현재 7% 지분을 가진 주주로서 합병으로 지분이 2%대로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괴롭힐 것"이라며 "투기자본이 더는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헤지펀드들의 지분 매입에 대해서는 "싸움은 이제 시작됐고 다양한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 한 많은 소액주주들이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의 투자와 한국경제 발전, 자본시장 흐름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 사장은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기"라며 "첫 번째 게임에서 큰 차이로 이겨야 유리한 고지에 서서 앞으로 이어갈 수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거듭 요청했다.
김신 삼성물산(상사부문) 사장도 이날 "신문에 광고를 낸 이후 많은 주주들이 성원을 보내줘 놀라고 있다"며 "회사를 책임진 경영진으로서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장기적으로 주주의 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니 확신을 하고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특히 최근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합병에 더욱 힘이 실렸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앞서 "국민연금이 찬성한다면 합병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사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기 때문에) 합병을 자신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주총장에서 의사를 확실히 밝히겠다고 했고, (엘리엇을) 크게 이기고 싶다"고 했다.
윤 사장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려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수익 측면에서도 좋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외국 주주 중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곳이 여럿 있다"면서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늘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어떤 경우라도 합병에 성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고 신문 광고를 낸 이후로 많은 국내 주주들이 전화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엘리엇이 합병 이후에도 2%의 주식을 가진 주주로 남아 삼성을 괴롭힐 것"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추측하긴 힘들고 어떻게 하겠다고 (엘리엇 측이) 이야기해준 적도 없다"면서 "주총과 관련해 관련 변호사와 이야기 중이나 따로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기 자본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활동 못 하고 있다"면서 "최치훈 사장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고, 많은 직원들도 일반주주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밖에 나가다 보니 사실상 경영 마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합병 비율과 관련해서는 법에 정해진 대로 따랐고, 합병 타이밍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설명을 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도 "(합병 무산에 대비한) 플랜B(제2의 계획)는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김 사장은 국민연금이 찬성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좋은 판단"이라며 "다른 주주들도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