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금융투자업계 자율결의 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합병 이슈와 관련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개인 주주들은 꽤 서운해 하는 것 같고, 기관 투자자들은 그래도 삼성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단 그는 "이번 일과 관련해 따로 기관들을 만나지는 않았다"며 "특별결의 사항인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이 돼야 하는데다 삼성에 대해 비판적 기관도 많아 결과는 정말 모르겠다"고 전했다.
1대0.35로 정해진 현재의 합병비율 논란에 대해 황 회장은 "지금 말고 삼성물산 주가가 더 오른 다음에 합병을 하라는 말인데 삼성이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고 주가조작이나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것을 방치했다는 섭섭함 때문에 합병을 무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합병 과정에서 주주이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분쟁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국내기업들을 보호할 차등의결권 등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 포이즌필(Poison Pill)이나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가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만약 그런 장치가 없다면 회사를 키울 경우 경영권 지분 희석에 따른 (헤지펀드들의 공격)우려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황 회장은 "국내기업들도 창업 2·3대로 내려오면서 경영 지분이 희석되는 상황을 맞는 것 같다"며 "만약 지금 내가 재무담당자라면 회사 오너에게 '사업을 벌리는 것보다 핵심회사 지분을 사서 방어해야 한다'는 조언을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나라의 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 돼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합병이 무산 될 경우 한국은 세계 벌처펀드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그는 "최근 기사가 나간 뒤에 삼성 관계자들로부터 '도와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긴 했다"며 "그래서 도와주려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으며 앞으로 주주친화정책을 잘 쓰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