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국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인 것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 실시를 전격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단 하루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경우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그 위험이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27.80포인트(0.16%) 내린 1만7730.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0.64포인트(0.03%) 내린 2076.78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3.91포인트(0.08%) 내린 5009.21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2% 안팎으로 급락했던 29일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날 소폭 하락세는 미국 고용지표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과 일본 증시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독일의 DAX 30 지수는 0.73%, 프랑스의 CAC 40 지수는 0.9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영국의 FTSE 100 지수는 오히려 0.33% 올랐다. 3일 일본 증시도 0.08% 상승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평온한 모습인 이유는 뭘까.
주요 외신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반대' 결과로 그렉시트가 현실화돼도 2008년 유럽 재정위기 만큼의 파급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AP통신은 "그리스가 채권단과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지만 투자자들은 유럽연합(EU)이 잠재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구축한 방어에 안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제한 국채매입, 양적완화 등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책수단이 그리스 문제가 주변국과 신흥국으로 번지는 것을 억제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리스의 국가 부채 중 80%가 국제통화기금(IMF), EU 등과 같은 공적기관에 상환의무를 지는 부채라는 점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이들 공적기관의 채무를 갚지 못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거의 없을 수 있다"며 "해외자본 이탈 등이 우려되는 민간 부채는 2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그리스 문제로 인해 금융시장이 받을 혼란은 일시적이거나, 그리스에 국한되거나, 다른 국가로의 전염력도 일부 국가에 한정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그리스 충격이 커지려면 현재의 리스크를 증폭시킬 만한 계기가 필요하다"며 가장 유력한 요소 중 하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