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도 한몫을 하지만 엔화 약세 영향이 크다. 지난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후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은 물론 다른 제3국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출 가뭄 현상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에 이어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한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설 자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일본에 대한 수출은 계속 감소 추세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지난 2012년 2.2% 줄어든 데 이어 ▲2013년 10.7% ▲2014년 7.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는 수출 감소폭이 더욱 확대됐다. 1분기 수출은 63억9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22.0%나 줄어들었다.
철판(-33.1%), 자동차부품(-6.7%), 원동기·펌프(-3.3%), 기계요소(-11.2%) 등의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 석유제품(-54.3%)과 합성수지(-17.6%) 등은 유가 하락 영향까지 겹쳐 크게 위축됐다.
미국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일본의 공세로 고전중이다. 일본 기업들이 엔화 약세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미국 시장에서 선전해왔다. 그러나 TPP가 마무리되면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도 인하 또는 철폐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기업들이 누려온 FTA 효과는 사라지고, 엔화 약세 공세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유럽(EU)에서도 현지 경기둔화 및 엔화 약세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들어 5월 말까지 원·엔 평균환율(100엔당)은 91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6원)보다 10.9% 떨어졌다. 원·유로 환율 역시 같은 기간 1399원에서 1223원으로 15.6%나 하락했다. 원화가치가 그만큼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엔저에 따른 파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은 앞으로 수출 가격을 인하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면 국내 기업들은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무협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과거 오랫동안 엔고에 대한 학습 효과를 쌓은 데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 유지, 수익성 중시 전략 등을 이유로 수출 단가 인하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다"며 "이제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수출 단가 인하에 나서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더 큰 충격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일반기계, 석유제품, 철강 등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선박,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의 경우 주력 품목 차이, 경쟁력 격차 등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이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코트라 오사카무역관 관계자는 "전자·자동차 업계가 일본 국내생산을 확대하고 엔저를 활용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면 외국시장에서 한국 기업과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더 우수한 제품을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협 관계자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원가절감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