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유플러스는 지난 2010년 말경 협력업체인 A사와 자사 전용 스마트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을 만들어 납품해 달라는 일종의 납품계약이다.
단, 개발이 지연될 경우 구매단가와 구매수량을 모두 삭감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A사는 다시 중소업체인 B사에 재하도급을 맡기면서 동일한 조건을 내걸었다. A사 입장에서는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B사를 압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B사의 납품이 늦어지면서 엘지유플러스는 계약대로 A사를 상대로 구매 수량과 단가를 삭감했고, 결과적으로 B사가 모든 피해를 떠앉게 됐다. 분노한 B사는 '갑질'의 최초 당사자인 엘지유플러스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일 소회의를 통해 엘지유플러스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건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심사 절차 종료는 일종의 '무혐의'와 비슷한 개념으로 사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정위 심사관이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년 넘게 조사했지만 최종 심의 의결 기관인 위원회에서 퇴짜를 놓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엘지유플러스와 B사와의 거래관계를 증명할 수 있느냐'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신고인인 B와 엘지유플러스간의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양사는 직접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형식 논리적 판단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A사가 엘지유플러스를 직접 신고해야만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기업의 직접적 하청 관계에 있는 A사가 자신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는데 원청업자에게 밉보이면서 신고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종료됨에 따라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하도급법 위반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판단은 B사의 일방적 주장으로 추가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으로 어렵게 대기업과의 싸움에 나선 B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B사처럼 공정위의 문을 두드렸다가 심의절차 종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총 1644건에 달한다. 공정거래법 등에 적용할 수 없거나 민사 사건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등이 포함돼 있지만 B사 같이 억울한 사례도 적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건은 법 해석에 따라 공정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통해 피해를 인정받는 방법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