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스텝 꼬인 최경환, '구조개혁'에서 '경기부양'으로 다시 중심 이동하나

  • 등록 2015.06.08 17: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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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제관계 장관회의, 노동개혁 대신 메르스 안건 다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이 한국 경제의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정부의 성장률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데다, 최근 회복되는 듯 했던 소비마저 메르스로 급격히 악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은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각종 악재가 속출하면서 '경기대응' 쪽에 무게중심이 더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엔저와 유로화 약세가 장기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 둔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메르스(MERS) 발생과 관련해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메르스 확산을 막고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가용인력과 수단을 총동원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점검해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3%대 중반) 아래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 한국은행은 3.1%, 국회 예산정책처는 3.0%를 예상했다. 노무라증권(2.5%), BNP파리바(2.7%) 등 일부 해외 기관들은 2%대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3%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3가지 전제조건을 달아 사실상 2%대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부도 성장률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대 초반으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올해 들어 수출 감소폭은 1월 -0.4%, 2월 -3.4%, 3월 -4.2%, 4월 -8.1%, 5월 -10.9%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생산, 투자 등 기업활동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매달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던 소비마저 메르스 사태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메르스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어서 일주일 사이에 환자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큰 영향 없이 넘어갈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경우 세월호 정도의 심리 위축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은 4대 부문(노동·공공·금융·교육)을 포함한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한데다 재정 투입도 크게 늘려 경기 부양 효과는 충분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확장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 그 이후에는 구조개혁을 추진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분기 각종 지표가 기대치를 밑돈 데다 메르스 사태라는 돌발 악재까지 터져나오면서 정부가 다시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일 최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 현안들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노동시장 개혁 추진상황과 향후 계획' 안건을 다음 회의로 미루고 '메르스 관련 경제 동향 및 대응 방향' 안건을 올렸다.

현재 상황에서는 구조개혁보다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위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셈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는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제시되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한국 경제 하반기 성장에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구조개혁과 경기부양 중 한 쪽에 무게중심을 두기 보다는 둘다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만약 메르스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입을 함께 해서 정책적인 상승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한은으로서는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큰 부담이다.

또 미국이 하반기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예상되는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추경 편성은 현 상황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추경 요건을 제한하고 있다.

기재부는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모니터링한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은 최선을 다해 메르스 확산을 막아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추경 편성과 경기 부양에 대해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아직까지 어느 정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지표를 살펴보고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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