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 31일 개장하자 인근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 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화상경마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마사회의 개장 강행은 주민들의 교육환경과 주거환경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반경 500m 이내에 6개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고, 성심여고의 경우 235m 앞에 위치하고 있어 지난 2년간 개장여부를 두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했고, 특히 김광진,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역주민 뿐 아니라 서울시장 교육감 용산구청장 시의회에서도 도박장 개장을 반대하는데도 마사회가 개장을 강행했다"며 "이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개장하라는 국무총리 지시를 어겼음은 물론 마사회를 감독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사회를 두고 "폭군이자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며 "더 이상 국민을 모독하지 말고 떳떳하게 개장 관련 주민투표에 응하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마사회는 경마도박이 레저라고 국민들을 기만하지만 승마는 레저, 경마는 엄연히 도박"이라며 "도박자 양산해내는 마사회는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인근 여고의 김모(17)양은 "도박장은 유해시설로 아는데 학교 근처에 생기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곧이어 유흥업소도 생기고 이상한 아저씨들도 많이 다닐텐데 거리가 위험해질 것 같다.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사회 관계자는 "반대하는 주민들은 학생들이 학교로 등·하교할 때 이 곳을 지나간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도로가 가로 막고 있어서 이곳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마사회는 경마 뿐 아니라 말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콘텐츠를 공유하고 즐길수 있는 가족공간이라는 커다란 프레임 안에 용산을 포함했다"며 "각종 문화교실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사회는 이날 경마장 현관에 개장반대 주민 9명의 이름이 적힌 법원의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고시문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오후 6시 영업이 종료된 용산 화상경마장에는 이날 하루 총 113명이 마권을 발권받아 입장했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집회신고장소를 벗어나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약 10분간 대치하기도 했다. 다만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찰은 이날 주민과 마사회 사이의 마찰을 대비해 경찰력 2개 중대 인원(160여명)을 경마장 인근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