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오전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도환 산업연구원장 등 8명의 경제연구원장들을 불러모았다.
이날 만남은 위기 징후가 뚜렷한 수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민간 싱크탱크 책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찾기 위해서다.
윤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엔저, 글로벌 수요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고전하고 있는 수출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말했는데, 이날 모임을 통해 연구소장들의 고언을 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상반기중 (가칭)사업재편지원특별법(안)을 확정하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516억달러를 넘어섰던 월별수출액은 지난 2월 414억달러까지 내려갔고, 올들어 전년대비 수출감소폭은 1월 -1.0%, 2월 -3.3%, 3월 -4.3%, 4월 -8.1%로 매달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출 효자제품이던 자동차, 평판디스플레이, 가전, 석유제품 등의 4월 수출액이 전년동기보다 -8.0%, -8.4%, -24.3%, -43.3%씩 떨어지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역별로도 대일본 수출액이 -12.6%를 비롯해 EU -11.9%, 미국 -2.7%, 중국 -5.2%, 아세안 -19.8%, 중남미 -11.5%를 기록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의 우리 수출구조 및 경쟁국의 수출흐름을 점검하고 무역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맞는 수출정책이 논의됐다.
우선 한·중 FTA를 활용해 대중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방안이 모색됐다. SSD, OLED 등 지금은 다소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2~3년내 차세대 수출챔피언이 될 수 있는 품목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또한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 등 글로벌 밸류체인을 고려한 수출전략 수립에도 나선다. 한·베트남FTA와 CEPA 등을 활용해 중국에 이은 수출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측은 "인도는 제조업이 낙후되고, 서비스업이 발달해 우리기업과 수직분업화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인도·베트남 등을 새로운 중간재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삼성석유화학, 포스코 등이 사업구조조정에 나선 것 처럼 글로벌 공급과잉이 된 사업분야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됐다.
KDI와 SK경제연구원 측에서는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세제개편, 창업지원, 신기술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고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소 측에서는 "일본은 산업활력법에 이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해 860건의 기업 사업재편을 지원했고 생산성이 15%이상 높아지는 등 실제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도 기업 사업재편 지원을 위한 법을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과 관련해서 자리에 모인 경제연구원장들은 기계·설비류에 대한 수입을 늘리는 한편 내수산업 및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IET 측에서는 "엔저라는 요인을 고려할 때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기계류, 설비류의 수입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에서는 "무역수지 흑자가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존재한다"며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산업 및 서비스 산업에 대한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우리 수출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교역둔화, 저유가 등 대외여건 변동의 직접적 영향으로 부진하다"며 "중국의 탈 가공무역 및 산업자급률 제고, 우리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어 무역환경의 구조적변화에 대응하는 수출정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제연구원장들은 하반기에는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주력산업의 수출과 생산이 나아지는 등 실물경기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환율 등 대외적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환경하에서 경기개선 기조를 보다 공고히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