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에 이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린다.
10일 관런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당초 계획대로 5조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생산 설비를 확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 15조6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단일 설비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평택공장이 메모리 반도체나 시스템 반도체 중 어떤 것을 생산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 SK하이닉스는 당초의 투자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 회장의 공백에도 올해 초 목표로 제시한 5조원 중반의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투자 비중은 D램이 80%, 낸드플래시는 20%를 차지한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4조 원대의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최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5조1095억원)보다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설 작업에 들어간 이천의 M14 공장과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장비 추가 구매 등에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1분기까지 2조원의 투자를 집행했고 M14 완공을 통해 생산 경쟁력을 크게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삼분하고 있는 D램 시장의 균형이 크게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 라인 증설을 계기로 D램 생산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공정 미세화에 따른 생산 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계로 10번 찍으면 제품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공정수가 늘어나 13~14번 찍어야 된다"면서 "물량수를 맞추려면 장비도 자연스레 많아져 생산 공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간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도 "평택 공장은 D램 생산 공간 부족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실행하는 투자"라면서 "삼성전자가 D램 산업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경우 득보다 실이 많아 무리하게 D램을 증설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공장 증설은 D램보다는 낸드플래시나 시스템LSI 부문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SK하이닉스와는 직접적인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80%에 이르는 D램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투자에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금도 비메모리 매출이 3% 정도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비메모리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이미지센서(CIS) 시장에서 고화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