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유럽연합(EU)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줄어 적자로 돌아섰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대(對) 일 경상수지도 적자폭이 커졌다.
대 중동 경상수지도 적자 폭이 확대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13일 내놓은 '2013년 우리나라의 지역별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98억8000만 달러였다. 2012년 508억4000만 달러보다 290억4000만 달러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대 EU 경상수지가 전년의 16억3000만 달러 흑자에서 25억7000만 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유럽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8년 126만 달러 ▲2009년 49만 달러 ▲2010년 7만 달러 ▲2011년 39만 달러 ▲2012년 16만 달러였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서비스 수지는 개선됐지만 기계류·정밀기기, 승용차 등의 수입이 증가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된 결과다.
노충식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승용차 수입의 증가가 주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노 팀장은 "주요 품목은 아니지만 중동 정국 불안 때문에 원유수입의 다변화 정책을 쓰면서 유럽의 브랜트유 수입을 늘린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일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여행수지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되면서 2012년 194억1000만 달러에서 2013년 230억 달러로 확대됐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 중동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의 811억2000만 달러에서 895억3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철강제품과 기계류·정밀기기 등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적자규모가 확대되고 서비스수지의 흑자규모도 축소된 탓이다.
노 팀장은 "정국 불안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건설 경기가 주춤하면서 철강제품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미 경상수지는 1년 전 190억8000만 달러에서 347억1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정보통신기기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확대됐다.
대중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415억3000만 달러에서 555억8000만 달러가 됐다. 반도체, 화공품, 자동차부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도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