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료·정치인 등을 금융권 요직에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키워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관한 '금융부문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 내 내홍은 결국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때문"이라며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과 독립성 문제 뿐 아니라 출신을 따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내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를 양성해 내는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소장은 "CEO가 공석일 때에 급하게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CEO를 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낙하산 인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이사회가 책임지는 CEO승계프로그램 구축이 낙하산 근절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기존 법률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의 권한·책임으로서 최고위 임원 승계프로그램 구축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임원으로서의 결격사유와 필수 자격 요건을 상세하게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과정을 거쳐 선임된 CEO가 6~9년 정도의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차기 CEO후보군을 발굴⋅훈련하는 관행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의 내분이 발단이 됐다.
지난달 국민은행 이사회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 주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사회를 비호한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 행장 간의 갈등이라고 봤다.
이같은 내홍은 경영상 이견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한 사례로, KB금융그룹의 이미지 실추와 기업가치까지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금융권에 대한 신뢰하락과 부정적인 인식은 감독부실과 경영실패를 만들어 낸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며 "더 나아가 이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융권 부실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