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경찰이 투자리딩방·로맨스스캠 등 신종 피싱 범죄에 대해서도 법 개정 전이라도 '계좌 지급정지'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금융당국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섰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은 투자리딩방·로맨스스캠 등 신종 피싱 범죄에 대해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전금법)의 취지를 근거로 계좌 지급정지가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다.
협의의 핵심은 신종 스캠 범죄를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주로 볼 수 있는지, 법 개정 없이도 계좌 지급정지가 가능한지 여부다. 경찰은 지급정지뿐만 아니라 본인확인 절차 강화, 출금 지연 등 다양한 임시 조치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현행 지급정지 제도가 신종 피싱 범죄 양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전날(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리딩방·로맨스스캠 등은 신종피싱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지만, 결국 전기통신을 이용한 사기"라며 "경찰이 열심히 수사하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 또는 협조 안 되는 문제들이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급 정지 조치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보이스피싱은 신속한 지급정지로 피해금이 묶이지만, 신종 피싱은 지급 정지 제도가 금융권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편취를 당하면 바로 빠져 나간다"고 답했다.
이어 "판례와 전금법 제도의 취지를 보면 지급정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금융권이 소극적으로 법을 (해석)하다보니 의견 차이가 있다"며 "금융권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투자리딩방이나 로맨스스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금융회사가 지급정지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해왔다. 피해자들은 범죄 계좌로 송금한 돈이 실시간으로 인출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피해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대통령도 관련 정책 방향을 주문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종 피싱 범죄를 줄이기 위한 계좌 지급정지 제도 적용 확대와 관련해 "대포통장처럼 범죄에 사용되는 거래 계좌를 사전에 인지해 단속할 방법이 없느냐"며 범죄 자금 도피 차단과 피해자 구제를 철저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종 사기 범죄 피해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경찰청이 전날 발표한 '피싱 범죄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 리딩방, 로맨스스캠, 노쇼사기, 팀미션 등 신종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1만9973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피해액은 총 1조59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투자리딩방 피해액이 6581억원, 로맨스스캠 1360억원, 노쇼 사기 1256억원 등이다.
입법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국회에는 로맨스스캠·노쇼 사기 등 신종 피싱을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수사기관이 의심 계좌 단계부터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 이용 다중피해사기 방지법' 등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 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지급정지만이 아니라 본인확인 강화, 출금 지연 등 피해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모든 방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폭넓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