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3주가량 협상 기간이 추가로 확보됐다. 정부는 최종 협의를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동시에 관세 협상이 장기화하며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산업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이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 8월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당초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미국 동부 시간 오는 9일 오전 0시1분 종료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기한 만료를 이틀 앞두고, 유예를 다음 달 1일까지 연장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상호관세율 조정 연장'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지난 4월2일 각국별 상호관세를 공개했던 당시와 동일한 25%다. 한국과 함께 서한이 공개된 일본의 경우 25%로 1%포인트(p)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보낸 서한 내용을 두고, 다음 달 1일까지 관세 부과 유예가 사실상 연장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산업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합의 도출까지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 기한이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는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통상 당국 수장인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8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일주일 만에 다시 미국으로 급파됐다.
여 본부장은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났으며, 이틀 뒤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도 면담을 가졌다. 오는 9일 러트닉 장관과 재차 만나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여 본부장에 이어 방미 길에 올랐다. 위 실장은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관세 협상 등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정부는 제조업 강점을 앞세워 한미 산업 협력에 방점을 찍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한국의 첨단산업·제조업 역량과 한미 간 긴밀히 연계된 산업 공급망 등을 감안하면 미국 제조업 재건을 위해선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 본부장은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전하면서, 한미 간 상호 호혜적 제조업 협력 프레임워크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런 한미 제조 협력을 위해선 최종적인 관세 합의에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의 철폐 또는 완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방미 당시엔 제조 협력의 가능성을 부각했다"며 "미국 관세 부과의 목적이 미국 제조업 부흥이고, 한국이 유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으니 딜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세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을 고려해 산업 피해 최소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관세 서한이 송부된 이후 대미 통상 현안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현재 시장 반응은 차분하나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자동차·철강 등 국내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해당 회의 참석 후 곧바로 업계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국내 업종별 영향을 점검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산업계는 한미 관세 협상의 조속 타결로 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문 차관은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수립해 수출 기업 애로 해소를 지원하고 글로벌 사우스 등 국가로 수출을 다변화하고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업종별 플랜을 마련하겠다"며 "미국 관세 조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약 지연, 수출 감소 등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정부에서도 상호관세 유예기간 전까지 미국과 최종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