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전야'(감독 홍지영)의 '원철'은 옥택연(25)과 다르다.
7년 연애경험도, 권태를 겪은 적도 없다. 어렸을 때 만나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소미'(이연희)가 제주도에서 만난 '경수'(주지훈)에게 감정의 흔들림을 느끼는 것처럼 삼각관계도 경험하지 못했다. 결혼식 당일 파혼하며 다른 남자에게 가겠다는 '소미'를 보내주는 '원철'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옥택연은 "주위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라며 생각에 잠겼다.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왜 이렇게 쉽게 놔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고민이 많았죠." 다행히 영화 속 원철은 옥택연에게 맞게 각색됐다.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에는 심각한 권태커플 설정에다, 소미를 사랑하지 않는 원철로 표현돼 있었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소미와 원철이 사랑하지 않는 사이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해가 되지 않았죠. 사랑하지만 표현을 하지 않고 또 그 타이밍을 놓친 원철로 바꿨어요. 그래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감독님 얘기도 듣고 오래된 커플 사전 인터뷰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갔어요."
"원철이 '동지애로 산다'고 말하잖아요. 7년 동안 사귀어왔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게 원철의 사랑 표현이에요. 그리고 사랑만큼 생활도 중요하잖아요. 사랑이 뜨거워서 결혼했는데 살아보니 영 아닐 수 있듯이. 사랑이 뜨거우면 생활은 안 보여요. 소미와 원철은 그 과정을 겪고 생활이 남은 거죠."
"원철은 소미에게 권태를 느끼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한 술 더 떠 "권태를 왜 느낄까요?"라고 반문했다. "20년 후에도 못 느낄 감정 같아요. 평생 제 인생에 권태기란 없습니다"며 단호하기만 하다. 최장 연애기간이 1년이지만 꽤 당찬 답변이다. "저는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 남자예요.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판 적이 없죠."
"설렘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다가 다시 편해지고…. 문제는 설렘이 왔다고 해서 그 순간 쫓아가 볼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이지요. 대부분 사람이 소미처럼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나의 판타지 같아요"라고 이해했다.
실제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판다면? "원철과 같은 선택을 하겠죠. 다른 남자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건 어찌 보면 저의 운명적인 상대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에게 흔들렸다는 것 자체가 저의 매력보다 더 높이 평가한 거잖아요."
이 영화를 찍으며 결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본 듯하다. "스물일곱 살에 결혼하고 싶었어요"라는 꿈까지 접었다. "결혼은 현실이더라고요"라고 고백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국제결혼도 해봤는데 결혼은 '생활'이라기보다는 아직은 '판타지'인 것 같아요. 지금은 서른 살 중반쯤?"이라며 먼 훗날의 일로 미보내버렸다.
이상형은 구체적이다. "저와 반대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모자람을 채워주는 사람. 예를 들어 저는 잠이 많은데 미래의 아내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줄 만한 분이요"라고 바랐다.
이 영화로 장기연애와 결혼을 간접 경험했다. 그렇다면, 7년째 연애 중인 이 세상의 커플들에게도 조언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옥택연은 음료 한 모금을 마시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 만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편안함을 포함해 모든 것을 감당했을 때 더 나은 사람이 있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그룹 '2PM'의 이름표를 달고 TV 예능프로그램을 활주하던 택연과는 달랐다. 틀에 박힌 정형화된 답이 아닌 질문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답했다. 매우 진지하고 깊이가 있다는 인상을 남긴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