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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男心 흔드는 '뉴 그랜드 체로키'…"성능과 스타일을 동시에"

김승리 기자  2013.11.22 13: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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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산음료에 '코카콜라', 트렌치코트엔 '바바리(버버리)'가 있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엔 '지프(Jeep)'가 있다.

국내에 수입차가 그리 흔하지 않았던 시절, SUV가 지나가면 모두 '찝차'로 부르곤 했다. 그만큼 지프는 세계 SUV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한국 소비자들의 뇌리에도 강하게 자리 잡은 브랜드 중 하나다. 

1940년대 군용 차량으로 출발한 지프는 현재 '그랜드 체로키', 정통 오프로더 '랭글러', 도심형 콤팩트 SUV인 '컴패스' 등의 모델을 전 세계에 판매하며 72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SUV 클래스인 그랜드 체로키는 1992년 1세대 모델을 선보인 이후 4차례의 변화를 거쳐 현재 5세대 모델(2014년형)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시장에 400만대 이상을 판매했고, 250여개에 이르는 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5~18일 시승한 차는 2014년형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3.6리터 가솔린' 모델.

외관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을 만큼 '잘 생겼다'. 

차를 몰고 강남 시내로 나가자 30~40대 남성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이 느껴졌다. 주차장에서도 한 40대 남성이 가까이 다가와 차를 구석구석 살펴봐 당황했을 정도다. SUV의 강인함과 고급스러움이 잘 어우러진, 보면 볼수록 눈이 가는 '볼매'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전면 그릴의 수직 방향 길이가 짧아지고, 헤드램프도 살짝 슬림해졌다. 또 전면 하단 범퍼가 약간 높아지고 안개등이 날렵해지면서 전면부 디자인이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7슬롯 그릴 등 지프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실내는 고급 가죽과 메탈릭 소재, 원목의 질감이 느껴지는 우드 트림을 적절히 섞어 고급스러움을 높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또 한 가운데 자리잡은 7인치 내비게이션은 최근 신차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다이얼이나 마우스 방식이 아니라, 익숙한 '터치' 방식을 선택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차체 크기가 커 좁은 도로를 통과할 때나 주차 시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육중한 몸집(공차 중량 2.25t)과는 달리 핸들이 가벼워 깜짝 놀랐다. 핸들링이 민감해 조금만 움직여도 즉각적으로 반응, 생각보다 '날쌘' 모습을 보여줬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인지 초반 가속능력은 조금 더딘 느낌이었다. 가속 페달을 꾹 누르면 힘찬 엔진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소리에 비해 속도가 즉각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다만 70~80㎞/h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그 이후부터는 매끄럽게 올라갔다. 그 과정이 굉장히 부드러워 150㎞/h 이상으로 속도를 높여도 속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할 정도다. 

풀타임 4륜구동의 위력은 특히 코너 구간에서 제대로 발휘됐다. 차체가 높아 무게중심이 쉽게 흐트러질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고속을 유지한 채 급커브 구간을 돌아도 좌우 쏠림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에어서스펜스를 조정할 수 있는 '쿼드라-리프트' 기능은 체로키의 자랑거리다. 이 기능 덕분에 오프로드나 장애물을 넘을때 최대 56㎜까지 차체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주차 시에는 승객들의 편리한 승·하차를 돕기 위해 41㎜까지 차체가 낮아진다.

또 차에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에코 모드 시스템이 활성화되는데 이는 84~90㎞/h로 정속 주행 또는 90k㎞/h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경우, 에어서스펜션을 고속주행 모드로 자동 변화시켜준다. 보다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느끼고 싶다면 에코 버튼을 눌러 해제하면 된다. 

오르막길 미끄럼 방지 시스템도 유용했다. 경사가 심한 마트 주차장 진입로에서 대기 차량이 많아 오랜 시간 오르막 한 가운데 있었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떼도 전혀 뒤로 밀리지 않아 안정감이 느껴졌다.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BSM)도 인상적이다. 옆 라인을 달리던 차들이 사각지대로 들어오면 사이드 미러에 불이 들어오는데, 덕분에 차선변경이나 추월 시 한결 수월했다.

이밖에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파워리프트 게이트 기능은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차고가 높아 트렁크 문을 닫을 때 까치발을 들어야하는 수고를 덜어줬다. 길이 막혀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면 하늘이 눈에 한가득 들어와 기분을 조금 진정시켜줬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셀렉-테레인(Selec-Terrain) 시스템이 적용됐다. 각 주행 조건에 따라 다이얼을 돌려 샌드(Sand), 머드(Mud), 오토(Auto), 스노(Snow), 락(Rock) 등 5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12가지 항목의 파워트레인, 브레이크, 서스펜션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조절해 최적의 접지력을 찾아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컨대 온열 시트 같은 경우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서만 조작할 수 있어 운전 중에 켜고 끄기가 불편했다. 연비 역시 아쉬운 부분. 가솔린 모델에다 2.3t에 달하는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는 없었지만, 평균적으로 6~7㎞/ℓ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3.6ℓ 가솔린에는 최고 출력 286마력(ps), 최대토크 35.4㎏.m, 복합연비 7.8㎞/ℓ의 3.6L V6 VVT 가솔린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가격은 69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