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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감독들 “한국영화계, 부럽다…” 왜?

연예뉴스팀 기자  2013.11.22 02: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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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예술영화의 틀을 세운 세계적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영화 후예들인 스웨덴 감독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이들은 한국영화를 부러워했다. 

올해로 3회째 맞이한 스웨덴영화제 참석차 21일 서울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로 온 ‘스톡홀름 이스트’의 감독 시몬 카이세르(44)와 ‘포 모어 이어즈: 어느 총리후보의 조금 특별한 선거전략’의 여성 감독 투바 마그누손(45)은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국의 풍토가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마그누손 감독은 “스웨덴에서 일반인들까지는 아니지만 영화팬이라면 한국영화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 복수 3부작, 이창동 감독의 ‘시’, 김기덕 감독의 여러 영화들처럼 시적인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놀랍다. 한국 감독들의 별난 방식 중 하나는 일일이 논리적인 설명을 안해줘도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런 낯섬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것이 예술이 본질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기덕은 ‘영화의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예술영화를 만드는 것이 스웨덴에서는 고난의 길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히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잉마르 베리만보다는 아시아 영화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카이세르 감독은 “복수 3부작 같은 한국영화가 부러웠던 것이 스웨덴에서는 이런 색다른 영화를 만들려면 자금줄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관객 대다수가 보고나서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는 마음이다. 그의 데뷔작인 ‘스톡홀름 이스트’는 처음 만들기로 한 후 10년이 지나서야 완성이 가능했다. 

카이세르는 또 쿵푸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웃음을 안겼다. “장이모우의 ‘영웅’,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등이 나오긴 했지만, 90년대 전성기였던 홍콩 무술영화가 와이어 작업이 많아지며 초기의 신선함이 없어져 관객층을 잃은 것 같다. 이젠 쿵푸영화를 만들 자금이나 이런 무술연기가 가능한 배우를 찾을 수 없어 요원한 꿈이 돼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이들은 모두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에 경도돼 제작자와 배급사의 힘이 커지면서 감독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이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해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마그누손 감독은 “제작자의 힘이 커지면서 상업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영화가 재정적 지원을 받기 힘들어져 만들어지지 못한다”며 “내 영화도 평론계의 칭찬을 받았지만 배급사가 젊은 관객들이 주로 몰리는 대학도시들에서만 상영하기로 결정해서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카이세르 감독도 “스웨덴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회의를 품고 있다. 제작자가 영화에 과잉참여하면서 개인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영화보다 매끈하게 뽑힌 영화만 만들려고 한다”며 “스칸디나비아권에서 가장 뛰어난 배우들이 참여하고 베니스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내 영화가 배급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림받았다. 어렵게 접한 팬들이 ‘이 영화가 왜 마케팅되지 않았느냐’고 의아해하는 걸 보면 씁쓸하다”고 고백했다. 

방송계에서 오랫동안 TV드라마를 만들어온 카이세르는 ‘스톡홀름 이스트’(2011)를 통해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할리우드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 등에 출연해온 덴마크 여우 이븐 야일리(42)와 ‘인 어 베터 월드’(2010)와 ‘호빗’ 시리즈의 스웨덴 배우 미카엘 페르스브란트(50)가 공연한 본격 멜로드라마다.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마그누손 감독의 ‘포 모어 이어즈: 어느 총리 후보의 조금 특별한 선거전략’(2010)은 사회주의적 좌파와 우파의 고위 정치인들이 동성애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정치 코미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하기로 했던 라르시 헤덴스테스 스웨덴대외홍보처 영화담당관은 지병이 악화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 ‘올로프 팔메’의 감독 크리스티나 린드스트룀은 기상악화로 헬싱키 공항에 발이 묶여 불참했다. 

앞서 오전 11시30분 개막식에는 에바 비욜링(52) 스웨덴 통상부 장관, 라르슨 다니엘손(60) 주한스웨덴대사, 김선욱(61) 이화여대 총장과 서울 주재 각국대사들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비욜링 장관은 “스웨덴 영화산업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나 그레타 가보르, 잉글리드 버그만 같은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 등장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됐다”고 소개하며 “통상부 장관으로서 스웨덴 창조산업의 진흥을 가장 중시하는데, 창조성이야 말로 현대산업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 영화는 왜그렇게 슬프고 어둡고 진지하기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 7편 중 2편은 코미디다. ‘포 모어 이어즈’ 같은 작품을 보면 스웨덴인들도 유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스웨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대외홍보처, 이화여대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영화제는 21~27일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 23~29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영화 관람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