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김종민 감독이 '스승' 신영철 감독과의 사제간 맞대결에서 웃었다.
대한항공은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3-2(22-25 21-25 26-24 25-19 15-1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사연있는 감독들의 격돌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두 사령탑의 관계가 묘해진 시점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항공은 당시 신 감독을 성적 부진을 들어 전격 경질한 뒤 코치였던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수장으로 등극한 김 감독은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입증했고 신 감독은 재건을 천명한 한국전력의 부름을 받고 팀을 옮겼다.
지난해 중반까지 한솥밥을 먹던 두 지도자는 이날 네트를 사이에 두고 처음 조우했다.
초반 주도권은 예상을 깨고 한국전력이 가져갔다. 1세트 5-5에서 연속 5점을 몰아낸 한국전력은 전광인의 공격이 불을 뿜으면서 리드를 유지했다.
전광인은 24-22에서 깔끔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팀에 첫 세트를 안겼다. 전광인은 1세트 10차례 공격 시도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는 괴력을 뽐냈다.
2세트는 더욱 싱거웠다. 물 오른 전광인에 1세트에서 잠잠하던 밀로스까지 가세하면서 또다시 한국전력의 흐름으로 전개됐다. 한국전력은 전광인의 서브 에이스 등을 묶어 12-5로 멀찌감치 치고 나갔다.
대한항공은 마이클을 앞세워 반격을 꾀했다. 10-17에서 마이클의 후위 공격으로 추격을 시작한 대한항공은 진상헌의 속공과 블로킹을 무기로 19-21까지 따라 붙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전광인이 해결사를 자청했다. 전광인은 23-21에서 퀵오픈을 꽂아 넣더니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2세트마저 마무리했다.
한국전력은 3세트 들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12-14에서 주전 세터 김정석이 다리 근육 경련을 호소하며 전력에서 이탈한 것.
김정석의 부상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 선장을 잃은 한국전력은 전광인의 공격으로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빈틈을 놓치지 않은 대한항공은 마이클의 후위 공격으로 만든 25-24에서 황동일의 블로킹이 터지면서 한 세트를 만회했다.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4세트 들어 정상 궤도를 회복했다. 마이클의 고공 강타에 힘을 얻은 대한항공은 잠잠하던 신영수까지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전력은 3세트까지 80%를 웃돌던 전광인의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승부를 매조지 하는데 실패했다.
희비는 마지막에 가서야 갈렸다. 대한항공은 8-8의 살얼음판 상황에서 방신봉의 터치넷 범실과 신영수의 블로킹으로 2점차를 만들었다.
14-11로 승리를 목전에 둔 대한항공은 전광인의 원맨쇼에 1점차까지 쫓겼지만 마이클의 마지막 공격이 한국전력 코트에 떨어지면서 길었던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승점을 12로 늘린 대한항공(4승1패)은 선두 현대캐피탈(4승1패·승점 12)에 세트득실률(현대캐피탈·3.250 대한항공 1.500)에서 뒤진 2위로 올라섰다. 마이클이 초반 난조를 딛고 34점을 쓸어 담았다. 블로킹 대결에서도 14-6의 리드를 점했다.
다 잡았던 승리를 날린 한국전력(2승3패·승점 5)은 5위에 머물렀다. 전광인(30점)이 펄펄 날았지만 김정석의 예기치 못한 부상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앞서 진행된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의 추격을 3-2(25-22 25-17 25-27 22-25 16-14)로 따돌렸다.
개막 후 4경기에서 1승을 얻는데 그쳤던 흥국생명은 끈끈한 수비력을 앞세워 현대건설의 2연승을 저지했다. 흥국생명은 2승4패(승점 6)로 GS칼텍스(2승2패·승점 5)를 밀어내고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득점 1위 바실레바가 양 팀 최다인 32점으로 제몫을 해냈고 센터 김혜진은 14점(공격성공률 60%)을 책임지며 바실레바에 집중된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현대건설(1승3패·승점 4)은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양효진(30점)과 황연주(19점)가 분전했지만 바샤(18점)의 공격성공률이 24.56%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블로킹 싸움에서 19-8로 압승했지만 서브 리시브 난조로 단순한 공격에 의존한 것도 패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