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2013년 모의고사를 모두 마쳤다.
축구대표팀은 이날 1-2 역전패를 포함해 올해 7월 홍명보(44) 감독 부임 이후, 총 10차례 평가전에서 3승3무4패를 기록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승패보다는 경기력과 조직력의 완성도가 주요 체크포인트다. 홍 감독이 강조하는 연속성도 마찬가지다.
내년 초 해외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마지막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테지만 최종엔트리 23명에 이름을 올릴 후보군의 윤곽이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철밥통 골키퍼'는 옛말
골키퍼 3명에 각 포지션별 2명을 선발하는 것이 최종엔트리 구성의 통상적인 모습이다. 골키퍼 부문은 브라질에 갈 자원들이 사실상 정해진 모양새다.
경험 많은 정성룡(28·수원)을 비롯해 김승규(23·울산)·이범영(24·부산)이다. 이들은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 외에 김진현(26·세레소오사카)이 9월 아이티·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때 부름을 받았지만 눈도장을 받는데 실패했다.
누가 주전으로 나설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으로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최근 K리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등 주춤한 모습이다. 19일 러시아전에서 허용한 2골 중 첫 골도 볼 처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승규는 정성룡이 주춤한 사이에 급부상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차세대 주전 수문장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이제는 정성룡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K리그에서도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한다.
이범영은 이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김승규의 대항마가 될 전망이다.
▲가운데 버틴 홍정호·김영권 '탄탄'
수비라인도 비교적 틀이 잡혔다. 중앙 수비라인은 '홍명보의 아이들' 홍정호(24·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23·광저우)이 유력하다.
홍 감독과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 등을 함께 했다. 줄곧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둘은 조화롭다.
홍 감독은 부임 후 첫 데뷔 무대였던 동아시안컵(7월)에서부터 중용하면서 이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홍정호는 지난 15일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까지 터뜨려 컨디션이 최고조이다.
물론 더욱 단단한 집중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세트피스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거나 순간적으로 라인이 무너지는 등 불안한 모습이 남아있다. 본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보완해야 할 점이다.
베테랑 역할을 해 줄 곽태휘(32·울산)와 체격조건이 좋은 황석호(24·히로시마 산프레체)가 이들의 뒤를 받칠 가능성이 높다.
김진수(21·알비렉스 니가타)·윤석영(23·돈캐스터 로버스)·박주호(26·마인츠)는 왼쪽 풀백에서, 김창수(28·가시와 레이솔)·이용(27·울산)은 오른쪽 풀백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했다.
김진수는 이영표의 대를 이를 재목으로 꼽히는 자원으로 크로스가 일품이다.
박주호는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편으로 기복이 크지 않은 게 장점이다. 윤석영은 소속팀에서 입지가 불안했지만 홍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박주호와 윤석영이 한 자리를 두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김창수는 부상으로 올해 마지막 평가전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가장 믿을만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왼 발목 골절 부상의 회복과 향후 컨디션 조절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파 중심으로 다양한 조합
미드필더 자원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심을 이룬 가운데 K리그의 테크니션들이 경쟁 구도를 펼쳤다.
우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21·레버쿠젠)을 비롯해 이청용(25·볼턴)·기성용(24·선더랜드)·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김보경(24·카디프시티) 등은 승선이 유력하다.
모두 유럽에서 활약 중으로 기량이 탁월하다. 월드컵·올림픽·유럽 무대 등 경험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홍명보호의 중추 세력으로 볼 수 있다.
기성용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설 한 자리에는 한국영(23·쇼난 벨마레)이 가장 앞섰다. 이번에는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기성용과 찰떡궁합을 이뤘다는 평가이다.
박종우(24·부산)·하대성(28·서울) 등도 무난한 모의고사를 치렀다.
홍 감독에게 첫 골을 선사한 윤일록(21)을 비롯해 고명진(25·)·고요한(25·이상 서울)·남태희(22·레퀴야)·이승기(25·전북)·이명주(23·포항) 등도 K리그와 비유럽파를 대표하는 허리 자원들로서 호시탐탐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박주영 컴백'이 변수
홍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박주영 발탁'이다. 소속팀에서 충분한 출전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선발 원칙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박주영(28·아스날)은 소속팀에서 사실상 전력 외 자원이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내년 초에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합류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공격라인 경쟁에서 박주영의 복귀는 분명히 큰 변수이다.
이근호(28·상주)와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25·울산)은 스위스·러시아와의 2연전을 통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특히 4개월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김신욱은 "김신욱의 활용법이 적중했다"는 발언과 함께 홍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들었다. 러시아전에서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A매치 골맛도 봤다.
활발한 이근호도 공격 전술의 다양화와 극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홍명보호에서 2골을 기록 중이다. 잠잠하지만 지동원(22·선더랜드)도 버리기 아까운 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