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된 정근우(31)가 "김응용 감독님이 나중에 춤을 추시게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말로 입단 각오를 대신했다.
정근우는 1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SK에서 쭉 같은 환경에 있다보니 많이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때마침 한화와 맞아서 오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9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뛴 정근우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FA 시장의 '최대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던 정근우는 4년간 총 70억원(계약금 35억원·연봉 7억원·옵션 7억원)에 도장을 찍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직후 김 감독은 굳이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는 제주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정근우는 이용규(28)와 함께 제주를 찾아 김 감독과 직접 만났다.
정근우는 "계약을 했으니 당연히 어른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느냐"며 제주를 직접 찾은 이유를 밝혔다.
"한화에 친구이지만 많이 의지하고 있는 (김)태균이가 있어 적응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 정근우는 "김태균과 이용규, 또다른 선배들과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활발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근우를 한화로 이끈 것은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친구와 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원 소속구단 SK와 협상을 하면서 정근우는 "야구를 다시 생각하고 도전하고 싶었다. 팀을 옮겨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같은 환경에만 있다보니 많이 나태해졌다. 팀을 옮겨 이것을 터닝포인트로 삼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때마침 한화와 맞아서 한화에 오게 됐다. 김종수 팀장님이 찾아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근우는 "태균이와 어릴 때부터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김 감독과 뚜렷한 접점은 없었던 정근우는 전날 김 감독과 함께 식사를 했다. 김 감독은 기분이 좋은 듯 평소보다 말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이용규와 정근우를 영입한 직후 소감을 물었을 때 "춤을 추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던 김 감독이다.
정근우는 "감독님이 정말 푸근한 인상이었다. 저보다 체격도 크셨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이 편했다"며 "감독님께서 춤을 추고 싶다고 하시는데 그만큼 책임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잘해달라는 이야기이니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나중에 춤을 추시게끔 만들어드리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에서 테이블세터를 이뤘던 이용규와 함께 한화에서 뛰게 된 정근우는 "편안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표팀을 오래 하면서 테이블세터도 많이 했다"며 "서로 잘 아니 경기할 때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절친이었던 김태균과 후배인 최진행에게도 전화를 받았다는 정근우는 "(계약 발표)다음날 늦게 태균이에게 전화가 왔다. 고맙고, 축하하고, 잘 해보자고 하면서 좋아했다"며 "올해 태균이가 중심이었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할 사람이 생겨 좋아하는 것 같다.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팀이 바뀌고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진행에게도 전화가 왔는데 '설렌다, 기대된다, 긴장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빨리하고 싶다'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큰 기대를 받고 온 만큼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앞장서겠다는 생각이다.
"밖에서 한화를 봤을 때 분위기가 처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정근우는 "(이)용규와 제가 바꾸겠다는 말을 하기는 힘들지만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다 보면 분위기는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스타일대로 솔선수범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용규가 빨리 좋은 컨디션으로 돌아와 함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며 "최대한 팀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른 팀에서 왔으니 선수들을 돕는다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그간 수영과 헬스장에서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컨디션을 조율해온 정근우는 함께 마음고생을 했던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정근우는 다음달 중순께 이호준(NC 다이노스)과 함께 하와이로 떠나 일찌감치 담금질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