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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비틀스, 명성에 가려진 가창·연주력…두번째 'BBC 라이브 실황'

연예뉴스팀 기자  2013.11.19 0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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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는 왕성한 창작력을 바탕으로 한 송라이팅 실력이 일품이다.

영국 밴드들의 미국 진출을 일컫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출발점으로 통하는 1964년, 현지에 진출하자마자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I Want to Hold Your Hand)'를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올려놓은 이래 1970년까지 6년 간 20곡으로 이 차트의 정상을 밟았다.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비틀스의 연주력과 가창력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18일 국내 발매된 '온 에어-라이브 앳 더 BBC 볼륨 2(On Air–Live At The BBC Volume 2)'는 비틀스의 밴드 실력을 새삼 깨닫게 하는 음반이다. 

1994년에 나온 비틀스의 첫 번째 BBC 앨범 '더 비틀스 라이브 앳 더 BBC(The Beatles' Live At The BBC)'처럼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비틀스의 BBC 세션 라이브 트랙, 인터뷰로 구성됐다. 

1963~65년 BBC 라디오 방송을 위한 40곡의 라이브 퍼포먼스, 23개 트랙의 BBC 라디오 쇼 호스트와 비틀스 멤버들간의 스튜디오 대화 녹취가 담겼다. 

이날 오전 서울 이태원동 화수목스페이스에서 열린 이 음반 청음회에서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54)씨는 "당시에는 (소리가 한 방향에서만 들리는) 모노 테이프밖에 없고, 방송이어서 시간적인 제한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생방송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보컬이 나온다는 것은 오랫동안 노력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숙련된 정신 상태와 집중된 에너지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평했다. 

밴드 '러브홀릭스' 멤버로 이 팀의 2003년 1집 '플로리스트(Florist)'에 비틀스를 위한 헌정곡 '리버풀 키드의 생애'를 수록할 정도로 비틀스 마니아인 작곡가 겸 음악감독 이재학(42)씨도 "이 앨범을 처음 들으면서 느낀 것은 방송국에서 모든 곡을 라이브로 진행했는데, 그 정도로 실력이 나오는 것은 오랜기간의 호흡, 연주력과 가창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확인했다. 

이번 앨범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팀들의 커버곡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 가수 척 베리(87)의 '아임 토킹 어바웃 유(I'm Talking About You)'와 미국 작곡가 스테판 포스터(1826~1864)의 '뷰티풀 드리머(Beautiful Dreamer)', 미국 가수 버디 홀리(1936~1959)의 '워즈 오브 러브(Words Of Love)', 흑인 음악으로 유명한 모타운 레코드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처음 안겨준 그룹 '마블레츠'의 '플리스 미스터 포스트맨(Please Mr. Postman)' 등이 비틀스 연주와 음성으로 실렸다. 

임 평론가는 "밴드가 기본적으로 성숙의 고통을 겪지 않으면 하모니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비틀스도 남의 곡을 열심히 불러 실력을 쌓았다는 것을 이번 앨범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밴드 초기의 정체성이 묻어났다는 것이 이번 앨범의 특색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비틀스 초기의 대표곡으로 첫 앨범 '플리스 플리스 미(Please Please Me)'의 첫 번째 트랙 '아이 소 허 스탠딩 데어(I Saw Her Standing There)'가 이번 앨범에도 실렸다. 

미국 가수 티파니(42)가 제목 중 '허(her)'를 '힘(him)'으로 바꿔 리메이크하기도 한 이 곡을 비틀스는 BBC 방송에서 총 11번 공연했다. 

이번 버전은 1963년 9월 런던 BBC플레이하우스 극장에서 녹음한 것이다. 당시 BBC의 간판 팝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클럽(Saturday Club)'의 5주년을 기념해 공연했다. 

무엇보다 이 팀의 성장 과정을 포착한 노래라는 점이 중요하다. 임 평론가는 "남의 곡을 카피하면서 창작력이 상승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밴드가 성장하는 지점은 남의 곡을 부르다 자기 작품을 하게 되는 상황이거든요. 비틀스는 '워즈 오브 러브' 같이 남의 곡을 부르다 '플리스 플리스 미' '아이 소 허 스탠딩 데어' 등 창작곡을 부르게 돼요. 이번 앨범에는 남의 곡 반, 창작곡 반이 실렸습니다. 창작력이 완성이 돼 가는 과정인데, 결국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인 거죠"라고 짚었다. 

팀에서 보컬을 담당한 존 레넌(1940~1980)과 폴 매카트니(71)의 보컬 실력이 출중하고 둘의 하모니가 잘 이뤄졌다는 것은 당시 현지의 평이 방증한다. 실제로 레넌은 중저음, 매카트니는 미성이라 둘의 화음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임 평론가에 따르면, 레넌과 매카트니는 돈·필 에벌리 형제가 결성한 듀엣 '에벌리 브라더스'와 비교되며 영국에서 온 에벌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임 평론가는 "레넌과 매카트니가 곡마다 리드 보컬과 서브 보컬을 나눠 맡았는데 어떤 곡은 비틀스의 마니아라도 보컬 구분이 안 될 만큼 목소리를 너무 잘 썼다"고 분석했다. "비틀스라는 밴드가 곡만 잘 쓴것 뿐 아니라 노래도 잘했다"고 강조했다. 

또 비틀스는 문화유산과 같다면서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등 비틀스 이후에 등장한 밴드 중 그들의 영향권에 벗어난 밴드는 거이 없다"고 평했다. 

이번 앨범은 전곡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2CD 와 3LP 버전으로 발매됐다. 영국의 라디오 프로듀서이며 비틀스의 첫 번째 BBC 앨범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케빈 홀렛이 다시 힘을 보탰다. 

유니버설뮤직은 이날 또 '리얼 러브(Real Love)'와 '프리 애스 어 버드(Free As A Bird)' 뮤직비디오 이후 17년 만의 새 뮤직비디오 '워즈 오브 러브(Words Of Love)'를 공개했다. 비틀스의 예전 영상들로 재편집된 이 뮤직비디오는 1960년대 BBC에서 라디오 방송을 위해 녹음을 하는 풋풋한 비틀스 멤버들의 모습에 애니메이션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