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 주시고 새해 시작과 함께 경제 살리기와 민생을 위한 사업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제 때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2014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4대 국정기조를 추진하는데 중심을 두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불황의 위험에 놓여있고 모든 나라들이 이 위기를 극복해 한 개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어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국내외적인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각 분야별로 혁신을 이루고 국제적인 경쟁에서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지난 2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과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4대 국정기조로 삼고 국정기조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국정기조별 국정운영의 방향과 주요 정책들이 어떻게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는지를 설명했다.
◇"경제활성화·일자리창출에 역점"
박 대통령은 우선 경제부흥과 관련해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가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지원 ▲농어촌 소득향상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SOC 투자 및 지방재정 지원 ▲수요자 중심의 교육훈련사업 등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또 ▲의료·교육·금융·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규제 완화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스펙초월 멘토링 시스템 도입 ▲직장어린이집 확충 ▲임금 피크제 지원 강화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창출기업 지원 확대 ▲스마트워크 센터 확대 지원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등을 약속했다.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는 "업종간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창조경제 관련 사업 예산으로 올해보다 12%가 증가한 6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창조경제의 토대이자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장경제의 기초질서"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정부는 경제 전반에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외국인투자촉진 법안, 관광분야 투자활성화 법안,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주택 관련 법안,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중소기업 창업지원 법안 등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법안들이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경제살리기 법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외국인투자촉진법안이 통과되면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1만4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관광진흥법안이 통과되면 약 2조원 규모의 투자와 4만7000여개의 고용이 창출된다"며 "이런 법안들이 제 때 통과되지 못한다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 예산 5.2조원 반영"
4대 국정기조 중 국민행복과 관련해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과 국민들의 노후 안정을 위해 내년 7월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목표로 예산 5조2000억원을 반영했다"며 "복지 패러다임을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불가피하게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은 경제를 활성화시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내년부터 학교 내 돌봄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사교육비와 대학학자금 부담을 덜어드리며 지방대학의 육성에도 힘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예산과 함께 취업 후 학자금 상환특별법, 지방대학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안이 지금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안전 분야에서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성폭력 재범률과 가정폭력 재범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내년에도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4대악 근절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6.6% 늘렸고 재난재해 및 생활안전 예산을 3조원 수준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숭례문 부실복구 엄중 조사"
박 대통령은 문화융성과 관련해 "저는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에는 문화융성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문화 재정을 정부 총지출의 1.5%인 5조3000억원으로 증액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국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문화융성의 원천인 인문학과 전통문화, 지역문화를 진흥하는 데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등 문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제·개정이 원활히 이루어져 문화융성의 초석을 다져갈 수 있기를 바한다"고 당부했다.
또 "문화는 산업측면에서 창조경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분야"라며 "5000년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국민의 창의력, 그리고 ICT기술을 접목시킨 문화컨텐츠 산업을 적극 지원해서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과 관련해 "앞으로 숭례문을 포함한 문화재 관리 보수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문화재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신뢰프로세스 계속 추진…北과 유라시아 철도 연결"
마지막 국정기조인 평화통일 기반구축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북한은 무력 도발 위협과 개성공단 폐쇄로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공단정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통행·통신·통관의 3통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앞으로 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북핵문제를 포함해 남북한간에 신뢰가 진전돼 가면 보다 다양한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오면 제가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평화통일의 길도 열어갈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과 관련해 "국회 의사당 광장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지 9개월 만에 민의의 전당인 이 곳에서 시정연설을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곳은 제가 15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때로는 야당의 입장에서 때로는 여당의 위치에서 고뇌하고 노력했던 곳이기에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