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3) SK회장의 횡령 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기소된 전 SK해운 고문 김원홍(52)씨 측이 향후 재판절차를 두고 검찰과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김씨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김씨가 체포된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최 회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불응하고 있어 관련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김씨의 주장을 탄핵하기 위해 최 회장을 첫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 측 변호인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왜곡된 사실을 진술했고, 여기에 기초해 내려진 종전의 판결은 실체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김씨를 먼저 증인신문 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실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김씨와 김 전 대표, 김씨와 최 회장이 대화한 녹취록을 먼저 확인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녹취록은 SK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 된 이후 김씨가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녹음한 것이고, 이 마저도 항소심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야 제출된 것"이라며 "진실된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녹취록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 측 변호인은 "최 회장 등 이 사건 피고인들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김씨를 나쁘게 진술했고, 외국에서 이를 알게 된 이씨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녹취를 하게 된 것"이라며 녹취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내달 3일 SK그룹 재무팀 소속으로 '펀드 투자 관련 예상시나리오' 문서를 작성한 박모씨를 우선 증인신문키로 하고 나머지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김 전 대표 등에 대한 증인신문 날짜는 확정하지 않았다.
앞서 김씨는 2008년 10월 최 회장 형제 및 김 전 대표 등과 공모해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펀드출자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2011년 3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중국을 거쳐 대만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다가 지난 7월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 강제추방돼 검찰에 넘겨졌다.
한편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이 사건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