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평정하면서 내년 시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17일 오전 정근우, 이용규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정근우는 4년 총액 70억원(계약금 35억원·연봉 7억원·옵션 7억원)에, 이용규는 4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연봉 7억원·옵션 7억원)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원소속팀과의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집토끼 3인방(이대수·박정진·한상훈)을 눌러 앉힌 한화는 협상이 최종 결렬된 정근우와 이용규라는 대어 2명을 동시에 낚는데 성공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수년 간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두 선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한화는 최근 수년 간 마땅한 테이블 세터진이 없어 크게 애를 먹었다. 이대수, 고동진 등이 돌아가며 라인업에 포함됐지만 누구 하나 성에 차지 않았다.
이는 기록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한화의 1번타 자 타율은 0.257로 롯데(0.254)에 이어 리그 2번째로 좋지 못했다. 2번 타자는 0.221로 리그 최하위였다.
공격 첨병들이 막히면서 타선은 힘을 얻지 못했다. 중심 타자들의 타점은 자연스레 바닥을 쳤다. 팀 도루는 리그 1위 김종호(NC·50개)보다 고작 20개가 많았다.
한화는 두 선수의 합류로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테이블 세터진의 부재를 단숨에 해결했다.
정근우는 통산 타율이 0.301에 이르는 대표적인 교타자다. 2009년에는 53개의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베이스 러닝에도 능하다. 최근 2년간 타격 성적은 썩 좋지 못했지만, 언제든지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이용규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규를 보유했던 KIA 타이거즈는 수년 간 톱타자 고민에서 자유로웠다. 나쁜 공을 파울로 만드는 커트 능력은 다음 타자들에게도 상승 효과를 안겨줬다.
테이블 세터진을 완성한 한화는 내년 시즌 남부럽지 않은 상위 타순을 구축하게 됐다. 검증된 김태균과 최진행, 김태완, 정현석 등이 버티고 있는데다 새롭게 선보일 외국인 타자까지 가세할 경우 훨씬 파괴력 있는 타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