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한계를 뛰어넘는 기록 행진을 벌였다. 이제 유지가 '숙제'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으로 결승선을 통과, 전날 1차 레이스에서 세운 세계기록(36초57)을 0.21초나 단축했다.

지난 시즌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해온 이상화는 지난 2주 동안 한계를 뛰어넘는 레이스를 펼쳤다. 

지난 1월 36초80을 기록하며 위징(중국)이 가지고 있던 세계기록(36초94)을 0.14초 끌어내린 이상화는 지난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올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6초74를 기록, 세계기록을 0.06초 단축했다.

이상화의 신기록 행진은 계속됐다. 그는 전날 벌어진 월드컵 2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7초57로 결승선을 통과하더니 이날 2차 레이스에서 36초36까지 세계기록을 끌어내렸다.

이틀 사이에 무려 0.38초를 줄인 것이다.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던 이상화는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를 만나 한계를 뛰어넘는 레이스를 펼쳤다.

월드컵 1차 대회가 열린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과 2차 대회 개최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은 신기록이 대거 등장하는 빙상장이다.

현재 남녀 주요 종목 세계신기록을 살펴보면 모두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만 나왔을 정도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과 솔트레이크시티 오벌 모두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공기 저항이 적다. 산소는 상대적으로 희박해 체력적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공기 밀도가 낮아 저항을 덜 받는다.

세심하게 관리하고 깨끗한 물을 뿌려 표면이 매끈한데다 경기장 실내 온도가 섭씨 15~16도를 유지하고 있어 스케이트날이 더 잘 미끄러진다. 빙판이 딱딱하게 얼어있는 것보다 약간의 물기가 있어야 스케이트날이 더 잘 나간다.

이상화는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각각 두 차례씩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후 이상화가 캘거리 올림픽 오벌이나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에서 레이스를 펼칠 일은 없다. 월드컵 3, 4차 대회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와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다.

이 때문에 사실상 이상화의 세계신기록 행진은 더 이상 펼쳐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월드컵 시리즈에서 최강자로 올라선 이상화에게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까지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상화는 11월말과 12월 아스타나와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3, 4차 대회를 마치면 한 달 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내년 1월18일과 19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가 이상화에게는 '소치 모의고사'가 될 예정이다.

이후 한 달 간 대회에 나서지 않고 소치를 향한 막판 담금질에 돌입한다. 이 때 어떻게 컨디션을 유지하느냐도 관건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속담이 있듯 최대한 몸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상화는 큰 무대를 앞두고 마인드 콘트롤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