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집토끼 단속'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던 보상 선수 영입마저 무산됐다. FA 시장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NC는 17일 자유계약선수(FA)인 이종욱, 손시헌과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종욱은 계약금 28억원 등 4년 총액 50억원을, 손시헌은 4년 총액 30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FA를 내준 팀은 보상 선수로 위로를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FA를 영입한 팀은 원 소속구단에 영입선수 전년도 연봉 200%+선수 1명 혹은 영입선수 전년도 연봉 300%를 지급해야 한다. 든든한 대기업들을 뒤에 두고 있는 구단들 간의 거래인지라 보상을 모두 돈으로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올해 NC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NC는 창단시 합의한 신생팀 지원방안에 따라 올해까지 보상 선수 없이 영입선수 연봉의 300%만 주면 된다.
이 조항에 발목이 잡힌 팀이 바로 두산이다. 두산은 이종욱과 손시헌을 내줬지만 이들의 새 둥지가 NC로 결정되면서 보상 선수는 1명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두 선수의 보상금은 11억3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종욱의 연봉 1억9700만원과 손시헌의 1억8000만원을 더한 뒤 3을 곱해 나온 금액이다. 많다면 많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전 2명을 하루 만에 잃은 허탈감을 달래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더군다나 두산은 다른 구단들이 흔히 행하는 보호 장치도 걸어두지 않았다. 통상 구단들은 FA 자격 취득 예정자가 떠날 것을 대비해 많은 연봉을 안겨준다. 2012년 나란히 부진했던 강민호(롯데 잔류)와 정근우(SK→한화)의 연봉이 5억5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두산은 오히려 이종욱과 손시헌의 연봉을 삭감했다. 이종욱은 2억500만원에서 1억9700만원으로 800만원이 깎였고, 손시헌 역시 1억9700만원에서 1700만원이나 줄어든 1억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나칠 정도로 냉정했던 두산의 연봉 협상은 불과 1년 만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