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시장에 정식 출시를 앞둔 미스트라(사진·쏘나타급)가 조립되고 있는 베이징 외곽의 북경현대차 3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2002년에 설립된 북경현대차는 현재 3개 공장으로 늘어났다. 현대차는 중국진출 10년 만에 생산능력을 100만대, 생산 차종 12개로 늘렸다. 전 세계 유수 메이커와 자국 내 수백 개 메이커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북경현대차는 4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불과 10년만에 중국 굴지의 자동차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생산성'과 '노동유연성'을 위한 탄력적인 인력배치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산성' - 차 한 대 만드는 소요시간, 국내공장 절반
북경현대차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생산성을 끌어올렸는지는 통계가 입증한다.
지난 2007년 현대차 국내공장의 HPV(Hour Per Vehicle·대당 투입시간)는 30.5였고 북경공장은 23.5였다. 그러나 5년 후인 2012년에는 국내공장이 제자리에 머문 반면 북경공장은 18.8로 껑충 뛰었다. 쉽게 말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국내공장의 절반가량밖에 안 될 정도로 생산성을 올렸다는 얘기다.
편성효율도 마찬가지다. 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인원 비율을 뜻하는 편성효율은 2012년 기준으로 국내공장은 53.5인 반면 중국공장은 90이다. 국내공장은 100명 중 53.5명이 일하고 나머지는 쉰다는 뜻이다.
◆'노동유연성' - 인력 필요한 곳엔 언제든지 전환배치
북경현대 급성장의 또 다른 비결은 '노동유연성'이다.
이는 인력운영의 효율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국내공장의 경우 차종별 판매량이 변할 경우 인력 재배치에 골머리를 앓는다.
소위 말하는 노조의 '현장권력'이 인력증원을 필요로 하는 다른 공장이나 공정으로의 배치를 가로막는 반면, 북경공장은 언제든지 탄력적인 인력재배치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노조 격인 공회(工會)가 협조를 해서 가능하다. 한 예로 2008년 북경현대 2공장 소요인원 중 70%를 1공장에서 충원했다.
또 2009년엔 1공장 차체라인 작업자 전환배치를 불과 10일 만에 해결했다. 한쪽에서는 일감이 적어 놀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이 달려 생산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장비고장이 날 경우 국내공장은 계획된 생산량이 그냥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북경공장은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이용해 장비가 정지한 시간만큼 라인을 가동해 손실분을 만회한다.
작업자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뒷공정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려 생산지체를 방지하는 것도 공장경쟁력 제고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풀방식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공장가동률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 방식을 통해 2009년 1공장은 98%, 2공장은 99.7%까지 가동률을 올렸다.
이 밖에도 북경현대차는 같은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다차종 생산시스템, 작업자들의 높은 작업 모럴, 차별적인 라인별 UPH(시간당 생산량) 운용, 탄력적인 작업시간 운영 등으로 불필요한 시간·인력 낭비를 극소화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vs 북경현대 공회
지난 2011년 벨로스터와 액센트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노조의 전환배치 거부로 1분기 동안 2만4500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같은해 울산3공장에서도 신형 i30 투입과 관련한 노조의 전환배치 거부로 1만1000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중국공장과 국내공장의 이러한 생산유연성 차이는 노조의 성향과 역할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
중국공장의 노사관계는 유연한 편이며, 국내공장 노조와 같은 과격한 파업투쟁도 거의 없다. 공회는 설립방법과 기능에 있어서 한국의 노동조합과 비슷하지만 사회적인 인식과 실제 역할에 있어서 중국의 시장경제정책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음에 따라 아직은 단순한 친목단체 또는 상조회의 색깔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공회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과 다른 점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지만 단체행동권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공회의 기능이 노사의 중간에서 평화적 대화와 협의를 통해 근로자의 복지향상을 추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해외생산, 국내공장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현지공장을 가동하는 이유는 높은 관세와 고임금이 주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해외공장들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북경현대차를 비롯해 미국, 인도,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 선진국과 주요 개발도상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GT-5(글로벌 톱 5)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해외공장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해줬기 때문이다. 국내공장은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과 해외공장 및 경쟁사 대비 턱없이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과거와는 달리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해외공장 가동률을 높이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한 후 이미 전체 생산량의 60%를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지공장이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검토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차 국내공장이 진정한 맏형으로 거듭나고, 나아가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