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기자 2025.12.16 10:02:45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산업통상부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에 대한 영국의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부는 전날(15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언 이후 한-영 양국은 교역·투자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21년 한-EU FTA와 동일한 내용으로 한-영 FTA를 우선 체결했다.
이후 양국은 한-영 FTA 발효일부터 2년 내 후속 협상을 추진토록 한 원협정 조항에 의거해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 개선협상과 5차례 통상장관회담 등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양자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영 FTA' 개선협상의 연내 타결을 위해 속도감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양측은 이달 개최된 서비스·투자 추가 협상에서 쟁점을 최종 해소하고, 런던에서 개최된 통상장관회담에서 협상 타결을 선언하게 됐다.
영국은 명목 GDP 기준 세계 6위, 유럽 2위의 거대시장이자, 국제시장 은행 차입 및 외환거래 등에서 세계 점유율 1위인 글로벌 금융·투자 허브다.
그러나 양국 간 교역액 및 대영 수출액은 세계 20위권에 불과해 개선협상으로 양국 간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했다.
개정된 한-영 FTA는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한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고 영국 고속철 및 주요 서비스 시장을 추가 개방함으로써 양국 교역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신통상규범도 다수 반영했다.
우선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적용되던 엄격한 기존 원산지 기준을 완화해 우리 기업이 FTA 특혜 관세를 더욱 쉽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지난해 기준 대영 수출액의 36%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았으나, 그 기준이 25%로 낮아진다.
이번 부가가치기준 완화로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FTA 관세 혜택을 누리고 영국 진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뷰티, K-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도 완화됐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되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와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 밀가루, 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됐으나, 해당 요건이 삭제되면서 주요 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조달 시장에서는 영국 고속철 시장을 추가로 개방했다.
우리측만 일방적으로 개방했던 기존 불균형을 시정하는 한편, 유럽 고속철 시장 진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기업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우리 기업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를 추가로 개방해 국산 게임의 유럽 진출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비자제도를 정비해 영국 진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입국비자 리스크를 해소한 것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특히 기술 인력의 영국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었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영국 진출기업이 한국 내 본사에 고용된 인력만이 아닌 협력업체의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한-영 양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보호 규범을 확립하고 현대적인 투자자 보호규범을 마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양국은 개정 한-영 FTA에 신통상 규범을 도입했다.
양국은 ▲국경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컴퓨팅 설비 등의 현지화 요구 금지 ▲소스코드 제출 요구 금지 ▲온라인 소비자 보호 규범 등 신규 규범을 대폭 포함해 강화된 데이터 무역 규범을 정립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기술 선도 국가인 영국과의 상세 협력방안을 마련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 또한 구축했다.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한 점도 의의가 크다.
양국은 핵심 공급망 분야에서 연구개발 및 국제표준화 등을 위해 협력하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한 경우에는 양국이 지정한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환경에서 자유시장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와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정식 서명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 정식 서명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